4050이 되면 건강에 적신호가 오기 시작한다. 꾸준한 건강관리가 강조되지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샌드위치세대 4050 보고서 (2)
감당못할 지출
그리고 돌연사
4050이 쓰러지고 있다. 40대 돌연사가 요즘처럼 많을 때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심장마비와 암등 질병 앞에 무릎을 꿇는 40~50대 장년이 늘고 있다.
한창 나이인 자녀 뒷바라지에 칠순 부모 봉양까지, 이들의 어깨에 걸린 책임과 의무의 질량은 힘에 겨울 정도다. 스트레스도 덩달아 과부하가 된다. 그런 가운데서도‘샌드위치 세대’4050은 달리고 있다. 자전거처럼 달리지 않으면 쓰러지기 때문에 내달릴 수밖에 없다. 체력이 예전만 못함을 느끼기 시작하고, 신체 곳곳에서 이상징후가 감지되지만 ‘아직 나이도 있는데’남자 체면에 내색할 입장은 아니다.
건강도 건강이지만 가장 큰 부담은 뭐니뭐니해도 머니(money). 늘어나는 사교육비에다 자녀들이 대학에 입학할 무렵 지출은 두 배로 뛴다. 자동차 보유 대수가 식구 수만큼 느는 것도 이 무렵이다.
그렇다고 수입이 많아지는 것은 아니다. 들어오는 것은 정해져 있고, 지출만 늘어나는 시기가 바로 이때다. 은퇴 계획은 오히려 사치스럽게 들린다. “한달 벌어 체크 바운스 막는 것이 노후 대책”이라고 자조하는 4050도 있다.
아무리 힘들어도 은퇴계획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이르면 이를수록 은퇴계획이 쉽다고 한다. 재정전문가 사라 이씨(오른쪽)가 고객과 상담하고 있다.
“설마 내가”하던 가장들 속속 쓰러지고…
가정·직장 책임감에
아플 틈도 없이 달려와
쌓인 스트레스가 결국…
“내가 건강해야 가족 행복
운동·검진 꼭 신경써야”
아내와 자녀들을 타주에 보내고 LA에 혼자 있던 김모(49)씨. 그는 몇 주전 퇴근길에 가슴에 극심한 통증을 느끼고 쓰러졌다. 주변의 911 신고로 응급차가 출동했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의식도 혈압도 잡히지 않았다. 계속된 심폐 소생술로 다행히 심장박동이 살아나 혈압과 호흡은 정상을 되찾았지만 끝내 의식이 돌아오지 않아 현재 뇌사상태. 40대 가장의 갑작스런 ‘붕괴’는 남은 가족들에게는 말 그대로 마른하늘의 벼락이었다.
지난 주 이모(52)씨는 가슴이 조금 불편한 것을 느꼈다. 의사에게 전화를 걸어 며칠 후 검진을 예약했다. 다음날 새벽 교회에 나갔고 국밥까지 한 그릇 먹고는 별탈 없이 출근했다. 그러나 그 역시 갑자기 가슴에 통증을 느끼고 911을 불렀지만 미처 앰뷸런스가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숨을 거뒀다. 심장마비였다. 이 교회에서만 최근 2주새 40∼50대 한인남성 2명이 돌연사했다.
LA 권모씨는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평소 소화가 안되고 배가 아파 내시경을 했지만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췌장암은 진단이 쉽지 않은 데다 병세가 급속도로 악화되는 최악의 암중 하나. 그는 췌장암 발견 후 4주가 못돼 세상을 뜨고 말았다. 그는 불과 43세였다.
‘샌드위치 세대’4050의 돌연사가 급격히 늘고 있다. 심장마비에 각종 암, 때 이른 당뇨·고혈압은 이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한국의 통계만 봐도 40~50대는 얼마나 건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지 잘 드러나지만 많은 4050과 그 가족들은 가장의 건강에 무관심하다. 한국 통계청의 2004년 사망자 자료에 따르면 30대 사망자가 8,618명인 반면 40대 사망 인구는 2만723명으로 이 시기에 사망률이 가장 가파르게 증가했다. 특히 심장마비 등 순환기 계통은 10만명당 사망자가 30대 21.2명에서 40대는 75.3명으로 3배 이상 늘어나 이 역시 최고치를 기록했다.
4050 세대는 그 어느 연령대에 비해 사회적으로나 가정적으로 책임과 의무가 많이 부과되는 시기다. 그만큼 스트레스가 많다. 그러나 몸이 아플 틈조차 없거나 설령 몸에 이상을 느꼈다고 해도 병원에 다닐만한 여유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치명적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 면역력이 떨어져 암이 발생할 수 있는 시기도 바로 이 때. 집중력이 떨어지고 순간 반응력도 느려져 교통사고 등 사고발생률이 높아지기도 한다.
미주 한인은 상황이 더 나쁘다. 심장내과 김일영 전문의는 “미국의 40∼50대, 그 중에서도 특히 남성은 이민사회에서 느끼는 스트레스 지수가 아주 높다. 한국에 비해 육류와 지방 섭취가 많은 식단 때문에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고, 운동량도 절대 부족”이라고 진단한다. 40대 돌연사를 줄이려면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일상생활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수영 조깅 등 일주 최소 3∼4번은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서 정기검진을 빠뜨리지 말 것을 의사들은 조언하지만 빡빡한 이민생활에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특별취재반>
안상호 부국장(특집1), 황성락 차장·이의헌 기자(사회), 황동휘 차장(국제), 정대용(경제)·박동준(특집1)·이주현 기자(특집2), 이승관 차장·신효섭·서준영 기자(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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