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바오로 2세의 서거가 보도된 다음날 시카고에 있는 친족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84세로 선종한 교황에 대한 애도는 연일 지상과 화면으로 보도되었고 세계 평화에 기여한 업적을 기리면서 이제 활동이 정지된 슬픔을 경건히 표현하는 장례식도 엄숙히 치루어졌다.
인간의 평균 수명이 점점 연장되면서 70도 안되어 타계한 친척의 죽음은 나이가 아깝다는 말을 듣게 했다. 어떤 기준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 만 80이 넘어야 아쉬움이 덜 느껴지는 듯한 요즘 이다.
아울러 예전의 ‘오래 오래 만수 무강 하소서’의 인사법이 ‘즐겁게 건강하세요’로 바뀌고 있으며 근무 연한도 길어지고 있다. 발전한 과학 문명과 개발된 의료 혜택으로 오래 누리는 삶이 고맙긴 해도 저 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와 상대적으로 장수하는 노년층의 불균형이 문제가 되고 있다.
얼마전 가까이 지내는 선배의 전화를 받았는데 조용한 그의 음성이 무척 가라앉아 있었다. 어떤 방송을 듣던 중에 역사적 사실이 거슬리는 부분이 있어서 나중에 방송국에 정정 건의를 하였단다. 말이 오가다가 “노인네들은 너무 꼬치꼬치 따진다”며 그의 진지한 의견이 거부 당하였다 했다.
역사 교육의 부족과 철저한 민족성 결여를 지적하다가 “이제 일을 그만 둬야겠어요”하며 상심을 추스르는 모습이 전선 너머로 느껴졌다.
방송은 수많은 귀를 의식해야 되고 신중한 발언이어야 한다. 그리고 이의에 정중해야겠다. 더구나 노인 운운으로 기를 꺾는 이은 지나치지 않았나 싶다. 내 의도가 바로 전달되지 못했다고 생각되어도 일단은 청취자의 발언을 헤아리는 여유가 있었으면 좋았겠다.
자존심을 세우느라 노인을 폄하한 듯 한 후유증이 남지 않도록 원만한 결론이 맺어져야 했다.
일본신문 나후 신보에 한국 전 대통령의 이름이 일본어식으로 표기된 것을 보고 이를 한국 발음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선배의 침착한 항의에 곧바로 잘못을 교정한 신문사의 결단이 생각났다.
“분발하세요. 아직 한참 더 일하셔야지요. 그래서 좋은 선배로 기강을 세우셔요”
그의 강직함에 용기와 위로를 건네며 새삼 수년 전 물의를 빚었던 모 의원의 실언이 떠올랐다. 섭섭함을 넘어 질타로 분개했던 노인 왕따(?)의 소란스런 사건을.
어른이 어른다워야 대접을 받는다는 말이 있다. 법은 보호 할 가치가 있어야만 보호한다는 논리와 근사한 대목이다. 허나 노인이라고 무조건 존경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살아온 만큼의 경륜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터득 한 완숙한 산 지혜는 넉넉히 활용할 가치가 있다. 그 유익이 새로운 지식과 어울릴 때 큰 힘을 창출할 수 있는 저력이 되는 것이다.
실버타운 운영에 관심을 가진 어느 젊은이의 계획을 오래 전에 듣고 공감한 적이 있다. 그런데 며칠 전의 여행길에서 우연히 같은 세대의 똑 같은 제안을 들었다. 그들(386세대)의 노인에 대한 시각은 진보적이고 합리적임을 알 수 있었다. 스스로가 일을 찾아 베풀면서 흐름에 뒤지지 않게 가꾸는 성실한 노년이 바람직하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일을 가진 노년, 열중하며 보람을 즐기고 주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자주적 삶이기를 원하고 있었다.
그런데 취업이 나이 때문에 거부당하는 경우가 많다. 정책의 유연한 방향 설정이 절대 필요한 시점이다. 교황 선출조건의 연령 제한이 80세라 했다. 그 나이까지도 정하고 지시하는 지도자의 판단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물론 특수한 분야이지만.
고령에 움츠리지 말고 적극적으로 할 일을 찾아야 한다. 긍정적인 사고로 비전을 추구하는 멋진 노년을 영위함으로 후진들의 따뜻한 존경을 받을 수 있음이다. 더불어 품위 있는 위계질서는 자연스레 이루어질 것 아닌가. 서로 위하고 이해하며 밝은 관계를 형성하는 건설적인 사회를 기대한다 .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