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망대
▶ 김응수<평화나눔공동체 로간 써클교회>
지난 3월 27일은 부활 주일이었고 또 워싱턴 DC 도심 노숙자 사역을 하는 평화나눔공동체가 지역교회들과 함께 꽃심기 연중행사를 벌리는 주일이기도 하였다. 부활주일에 주님의 부활을 기념하여 각 교회 강단을 장식하였던 백합화나 각종 색깔의 일년생 꽃모종을 가지고 와서 마약과 알코올에 찌든 거리에 함께 꽃을 심는 행사이다.
7년 전 내가 처음 와 보았을 때는 본 선교센터가 위치해 있는 북서쪽 워싱턴 DC 4가와 R 스트릿이 만나는 이 곳은 쓰레기로 가득 찬 가난한 할렘지역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는 가지고 온 백합화를 “오늘은 주님이 부활하신 날입니다. 부활의 꽃을 기쁜 마음으로 드립니다”라고 하면서 가난한 흑인 주민들에게 나누어주었던 기억이 난다. 유리창들이 다 깨져 나무판대기로 못박아 막은 집안에서 문을 열고 나와 백합꽃을 받으며 기뻐하던 그들의 모습도 생생하다. 그러나 7년이 지난 지금은 거리가 깨끗하게 정리되었고, 동네 흑인들도 거리에 버려진 쓰레기를 치우곤 한다.
오후가 되면 학교에서 돌아온 고등학생들이 비눗물로 채워진 버켓과 고무호스를 갖다 놓고 라디오에서 쏟아져 나오는 록 음악에 맞추어 세차하기에 분주하다. 물론 차를 닦기 위해서가 아니라 마약을 팔기 위해서 열심히 움직인다. 지나가는 차들이 서서 마약을 사는 것이다. 경찰이 오면 차를 닦기 위해서 대화를 나누는 척한다.
최상진 목사님과 찰스파커 형제와 함께 부활절에 심은 꽃밭에 물을 주기 위해 물통을 들고 공원이 있는 거리로 갔다. 그 이후에 온 비로 인하여 꽃들이 싱싱하게 살아있는 모습을 보는 마음은 기뻤다. 반면에 어떤 곳은 주민들이 꽃을 파 간 자리가 서글프게 남아 있기도 했다. 가난한 이웃들의 마음의 상처를 보는 것 같았다. 꽃을 갖고 싶어서 가지고 갔을 터이니 아마 꽃은 살아있을 것이라고 하는 최 목사님의 귀띔에 위로를 삼았다. 그리고 보니 벚꽃구경 갔다가 꽃이 너무 예뻐서 꽃가지 하나를 꺽었다가 경찰에 $100 짜리 티켓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꽃 한 송이에 $1이라 친다면, 한 목판에 가득했던 꽃을 다 파 간 사람은 아마 $100 벌금 감일 것이다.
그러나 가난하기에 아름다운 꽃마저 간직할 수 없어 몰래 훔쳐야하는 저들의 마음에 측은함을 느껴본다. 이런 저들을 생각하면 내년에는 더 많은 꽃들을 기증 받아 나누어주어야 하겠다는 생각뿐이다.
우리 부부가 평화나눔공동체 선교사로 사역을 시작한지 1년 4개월만에 방과후 가난한 흑인 어린이들을 위한 음악교실에서 피아노를 가르치게 되었다. 아내는 그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는 시간을 너무 기뻐한다. 언제인가 그들이 찬송곡을 칠 수 있을 것이라며 확신을 하고 있다.
피아노를 가르치는 일을 위해 매일 새벽기도 시간에 기도하곤 했었다. 기도 응답임에 틀림없다. 선교센터 옆에서 마약을 파는 아이들이 피아노도 배우고 성경공부에도 참여하고 거리의 꽃밭에 물도 주며 믿음 안에서 자라길 바라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 이곳 흑인 빈민가를 변화시킬 미래의 지도자가 되길 소망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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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수<평화나눔공동체 로간 써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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