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극한대결 치달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5일 국회를 통과한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 국회의 재의(再議)를 요구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반(反)국민적, 반의회적 결정”이라고 강력히 반발하며 의원직 사퇴서를 최병렬(崔秉烈) 대표에게 제출하는 등 정권과의 전면투쟁을 선언, 국회가 마비되는 등 정국이 극한대결로 치닫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재의결이 되지 않을 경우 검찰수사가 끝나면 정부가 이번 특검법안의 취지를 살리는 새로운 특검법을 제출, 다시 국회와 국민의 판단을 받도록 하겠다”며 “결코 검찰수사를 회피할 생각은 없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런 절차가 끝나면 나는 국민에게 응분의 책임을 지는 절차를 밟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특검법의 수사대상은 현재 검찰이 수사중에 있는 만큼 이번 사건 처리는 국법질서 운영에 나쁜 선례를 남겨서는 안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헌법정신과 원칙을 존중해 정치적 부담과 불편이 따르더라도 재의 요구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이 반발하는 것과 관련, “재의요구는 헌법이 보장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데도 한나라당이 탄핵을 들먹이고 장외투쟁까지 선언하고 나서는 것은 협박”이라며 “국회는 재의결 절차를 밟는 것이 헌법을 따르는 길”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한 “검찰수사권 독립은 현재 국회 다수당으로부터 위협 받고 있다”며 “국회 다수당의 횡포로부터 검찰 수사권이 보호되지 않는다면 검찰의 수사ㆍ소추권은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은 정부의 새 특검법 제출에 대해 “검찰수사 종료 후 자동으로 특검법을 제출하겠다는 것은 아니며 수사 후 미진하다거나 의혹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될 때 하겠다는 말”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노 대통령의 특검법 거부를 비난하며 의원직 사퇴서를 최 대표에게 제출하고, 사퇴서의 제출시기를 최 대표에게 일임했다. 최 대표는 26일부터 노 대통령의 특검법 거부철회를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하는 한편 노 대통령과의 1대1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한나라당은 또 이날 오후부터 국회 등원을 거부, 예산안 및 법안심의를 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새해 예산안과 3개 국가균형 특별법 등 국정 주요현안의 정기국회 회기 내 처리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장외집회, 정권퇴진 투쟁, 대통령 탄핵소추 등 모든 강경수단을 동원해 투쟁할 방침이다.
박진(朴振) 대변인은 논평에서 “특검법 거부로 인해 초래될 국정파탄과 혼란의 책임은 전적으로 노 대통령에게 있다”며 “우리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식 기자 ssyoo@hk.co.kr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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