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주(33.삼성전자)가 2003 런던마라톤대회에서한국최고기록 경신에 실패하며 아쉽게 7위에 머물렀다. 여자부에서는 폴라 래드클리프(영국)가 자신의 세계최고기록을 대폭 앞당기며 2시간15분대에 진입했다.
이봉주는 13일 영국 런던의 그리니치 공원을 출발해 템스강을 따라 달려 버킹엄궁에 이르는 대회 남자부 42.195㎞ 풀코스에서 중반까지 한국기록을 넘어서는 페이스로 달렸지만 후반 힘을 내지 못해 2시간8분10초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는 자신이 2000년 2월 도쿄마라톤에서 세웠던 한국기록(2시간7분20초)에는 50초 느린 기록으로 한국마라톤 역대 5위에 해당한다.
시드니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를 석권한 게자헹 아베라(에티오피아)가 막판 100m 달리기를 방불케한 피말리는 레이스 끝에 스테파노 발디니(이탈리아)에 한발 앞서 들어와 우승을 차지했다. 기록은 둘 다 2시간7분56초로 동일했고 조셉 은골레푸스(케냐)는 이들보다 1초뒤진 기록으로 3위에 올랐고 폴 터갓(2시간7분59초.케냐)이 2초 차로 뒤를 이었다. 아베라는 이 대회를 포함해 2001년 세계선수권대회(1초차)와 2001 후쿠오카마라톤(3초차), 2002 후쿠오카마라톤(2초차) 등 최근 출전한 4차례 대회에서 모두 3초차이내의 박빙의 승부를 펼치며 월계관을 썼다.
이봉주는 레이스를 마친 뒤 “전체 페이스가 들쭉날쭉해 더 좋은 기록을 내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14℃ 내외의 다소 높은 기온에 바람도 없는 화창한 날씨속에 펼쳐진 이날 레이스에서 이봉주는 함께 출전한 김이용(구미시청)과 함께 초반부터 페이스메이커의 뒤에 바짝 붙어 레이스를 주도했다.
주로 선두그룹의 후미에서 발을 맞추다 막판 역전을 노리는 평소 스타일에서 벗어난 적극적인 레이스에서 순위보다는 한국기록 경신을 목표로 내건 이봉주의 각오를 엿볼 수 있었다. 이봉주는 중간 지점(21.0975㎞)을 1시간3분19초에 통과해 한국기록을 세울 당시의 구간기록보다 1분 정도 빠른 페이스를 유지하며 새 기록 작성의 가능성을 높였다. 페이스메이커가 이탈한 25㎞ 지점에서 갑자기 전체적인 속도가 줄어들자 이봉주는 선두에서 힘차게 발을 내달리며 기록 단축에 대한 강한 의욕을 보였다.
하지만 30㎞ 지점을 지나면서 점점 발걸음이 느려지더니 34.5㎞ 즈음에서 아베라 등이 치고 나가자 따라가지 못하고 선두 그룹에서 순식간에 멀어졌다. 그러나 기록 단축은 어려울망정 순위까지 포기할 수 없다며 이를 악문 이봉주는40㎞를 지나면서 기적처럼 선두 그룹을 따라잡았고 한때 2위로까지 치고 나갔다. 하지만 거기까지가 이봉주의 한계였다.
이봉주는 결승선을 1㎞ 남짓 남겨놓고 발디니를 시작으로 선두 그룹이 다시 발걸음을 재촉하자 처졌고 결국 아쉬움속에 레이스를 마감했다. 여자부에서는 래드클리프가 독주 끝에 2시간15분25초를 기록해 6개월전 시카고마라톤에서 자신이 세웠던 세계최고기록(2시간17분18초)을 무려 1분53초나 앞당기며우승했다. 할리드 하누치(미국)가 가지고 있는 남자마라톤 최고기록(2시간5분38초)과 10분차도 안나는 놀라운 기록.
장거리를 평정한 뒤 지난해 이 대회에서 2시간18분55초의 놀라운 기록으로 마라톤에 데뷔했던 래드클리프는 달릴 때마다 기록을 대폭 단축하며 여자마라톤의 유일최강으로 자리를 굳혔다. 2위를 차지한 세계랭킹 2위 캐서린 은데레바(2시간19분55초.케냐)와의 접전이예상됐지만 래드클리프는 초반부터 선두로 치고 나왔고 홈팬들의 열화와 같은 박수속에 역주, 세계기록을 여유있게 넘어섰다. 한편 대회 조직위원회는 국제육상연맹(IAAF)의 반대를 무마하기 위해 여자부 레이스에 남자 페이스메이커를 내세우면서 ‘혼성’ 레이스로 이름을 붙이는 편법을 사용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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