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레나 폴 선생님은 현장에 몸담고 있는 한인 유일의 칼리지 카운슬러로, 재직중인 태프트 고교만 아니라 많은 한인학부모 및 학생들에게 정확한 최신 대입정보를 속시원하게 알려주곤 했던 한인사회의 ‘공인’이었다. 가을이면 새벽부터 학생들을 인터뷰하고 추천서를 쓰느라 자는 시간까지 쪼개며 제자들의 진학에 열정을 불태우던 폴 선생님이 지난 봄 돌연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본연의 미술사 교사로 돌아가 버렸다. 이유는 ‘고교생이 되는 아들에게 좀더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것. 한순간의 주저 없이 바로 행동에 옮겨 동료교사들 간에도 화제가 됐었다.
지난해 쌍둥이를 출산, 재직 중 출산한 최초의 주지사로 화제를 모았던 매사추세츠주의 제인 스위프트 주지사는 올 초 "자녀들이 엄마와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할 시기이므로 11월 선거에는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급락하는 여론의 지지를 감지하고 울며 겨자먹기 식의 양보를 한 것이라는 정계의 해석이 바로 따라 붙었지만 그 ‘핑계’의 내용으로 인해 많은 부모와 교육자들로부터 오히려 든든한 믿음표를 얻었다는 한 일간지의 보도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두 여성에게선 각 분야에서 성공한 커리어우먼이면서도 자녀에게 언제 무엇이 필요한 지를 정확히 알고 행동에 옮기는 단호하고 현명한 어머니의 모습을 볼 수 있어 마음이 흐뭇했다.
올 여름 LA타임즈가 한인타운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학원에 대해 대서특필한 바 있고, 학교마다 한인학부모회가 구성돼 5월이면 교사들에게 한국음식과 전통춤 공연 등 푸짐한 ‘스승의 날’ 행사로 감사를 표하는 등 한인 학부모들의 ‘교육열’은 이미 주류사회에도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밸리지역 모고교의 교장선생님은 "한인학부모회만 별도로 너무 열심히 교사들을 섬겨 학부모들이 이질감을 느끼는 눈치"라고 귀띔했다. 또 LA지역 초등학교 교사는 "한인 학부모들이 학원교사를 대신 보내 교사면담을 하고 자격미달인 자녀를 억지로 우등반에 넣어 달라고 우기는 바람에 골치"라고 지적했다.
한국에선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와 발레리나로 키우겠다며 자녀에게 손가락과 골반관절을 늘이는 수술을 시켜 사람을 놀래키더니 최근엔 영어발음을 미국사람처럼 할 수 있도록 한다며 혀를 늘이는 수술이 성행한다는 기사가 세상에 알려져 엽기적 교육열기로 망신을 당했다. 이처럼 자타가 공인하는 ‘높은 교육열’의 열기가 너무 드세서 물불을 제대로 가리지 않으면 엉뚱한 데 불이 붙어 오히려 낭패다.
이제 막 새 학년도가 시작됐다. 과연 학부모로서 진정 자녀교육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폴 교사와 스위프트 의원처럼 조용히 불타는 열기를 모아 정조준해서 쏠 때 쏘자.
가을은 교사-학부모 면담의 계절이다.
김상경 기자 <특집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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