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이 언제부터 작동될지 모르나, 어제를 가 본 사람도, 내일을 미리 가 본 사람도 아직은 없다. 그러므로 과거와 현재와 미래 중에 가장 중요한 때는 현재이다. 인생을 바라본다는 것은 어찌 보면 모세의 지팡이에 의해 반 뚝 잘라졌다는 홍해 앞에서 선 기분이 아닌가 싶다. 왼쪽 반은 과거요, 오른쪽 반은 미래이며 나는 오늘이라는 하루 앞에 서서 매일이라는 물줄기의 길을 걷고 있는 듯 하기 때문이다.
중학교 다닐 때였다.
수업 중에, 세상엔 과거 속에 사는 사람과 미래만 바라보며 사는 사람, 또 현재만 보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하였다. 다른 학교에서도 비슷한 수업이 있었던 것 같다. 이웃학교의 친구들과 만나면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도 모르게 과거와 현재와 미래 중에 어느 시점에 초점을 두고 살아야 하는 것이냐는 끝도 없는 토론을 수 없이 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한동안 나는 이 셋 중에 어느 하나만을 선택해서 살아야 하는 줄 만 알았다. 그래서 정답을 가르쳐 주지 않으신 선생님을 자격미달의 선생님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왜 그러한 질문엔 원래부터 해답이 없는 것이라고 말씀하시지 않았을까? 아니면 어떠한 해답을 주셨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해를 못해 기억하지 못한 것인지도 모른다.
어렸을 때는 단연코 미래만 보고 살아왔다. 내가 언제나 커서 철롯길을 따라 걷던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버스를 타고 등교할 수 있는 중학교엘 들어갈 수 있는지 따분하게 기다리기만 했다. 세월은 참으로 느리기만 했지. 소풍날도 느리게 왔고 운동회 날도 느리게 왔고 설날도, 내 생일날도 느리게 왔다. 키도 자라주질 않았고, 어른들은 다 거인들이었다.
어느 세월에 중학교에 입학해 고등학교까지 졸업할 수 있는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아니 그때까지 목숨이라도 부지하고 있을지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고민의 나날들이었다. 세월은 까마득히 멀기만 했다. 이러한 기다림의 나날들이 나의 어린 시절을 허송되게 보낸 것이 아닌가 착각되기도 한다.
어른이 되어서는 한동안 과거에 얽매어 살았다. 많은 것이 불만이었고, 속상한 것이 많았고, 후회되는 것도 많았다. 무엇을 해도 되는 것이 없었던 것 같고, 무엇을 시작해도 이게 아닌데 싶었다. 그래. 이유는 보잘 것 없이 느껴졌던 과거의 탓이었다. 기쁨이라든지 행복이라든지 라는 단어가 마냥 어색했다. 항상 자신이 도망간 상태인 것 같아 "나를 찾습니다"를 마음속으로 외치던 때였다.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며 세월을 보낸 기분이다.
이제는 현재를 가장 중요시하고 산다. 현재야말로 과거를 만드는 작업이고, 미래를 겸손히 기다리는 때이기 때문이다. 현재엔 불만이나 속상함을 가까이 할 기회가 별로 없다. 있어도 훌훌 털어 버리는 작업을 한다. 오늘 만나야 할 사람들, 오늘 가야 할 곳, 오늘 해야 할 일들이 매우 소중하기 때문이다.
옛날의 천진 만만한 때를 떠올려 볼 수 있는 때가 바로 오늘이며, 미래의 힘찬 계획을 종이에 적어보는 것도 바로 오늘이다. 하루의 일과를 칭찬해 주고 반성해 보는 것도 오늘이다.
옛날의 어려움을 기억하며 참 잘 이겨냈노라고 자신에게 든든한 목소리로 말할 수 있는 때가 바로 오늘이며, 내일은 무엇을 하고 다음주는 무엇을 하며 다음 달, 다음해의 계획을 이리저리 적어보는 것도 바로 오늘이다.
그러므로 과거와 현재와 미래 중에 가장 중요한 때는 현재, 바로 오늘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