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11테러 13주기 특집-9.11 추모 박물관을 가다
▶ 쌍둥이 빌딩 철제빔 등 그날의 아픔 생생하게 ‘역사전시관’엔 구조 영웅들의 모습 한 눈에
관람객들이 무너져 내린 빌딩 파편에 훼손된 소방차 앞에서 당시 상황에 대한 설명을 숙연한 자세로 듣고 있다.
9.11 테러 현장 수습 마지막 날에 철거된 철제빔이 지하 4층 ‘파운데이션홀’ 중앙에 우뚝 솟아 있다.
쌍둥이 빌딩 철제빔 등 그날의 아픔 생생하게
‘역사 전시관’엔 구조 영웅들의 모습이 한 눈에
2001년 9월11일. 거대한 폭발과 함께 미국인의 자존심이자 상징이었던 월드트레이드센터(WTC)가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2,982명의 희생자들은 13년이란 시간이 흘렀음에도 모두의 가슴속에 커다란 흉터로 남겨져 있지만 이제 그곳에는 희망과 치유의 의지로 가득 채워지고 있다.
9.11테러 13주기를 사흘 앞둔 지난 8일 맨하탄 다운타운에 위치한 9.11 추모 박물관(9.11 Memorial Museunm)은 무너진 쌍둥이 빌딩 자리에 조성된 거대한 사각형태의 두 폭포를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지난 5월 개관시 24달러(성인)에 이르는 비싼 입장료에 대해 많은 논란이 일었으나 우려와 달리 관람객들은 박물관 앞에 긴 줄을 이었다.
출입구를 지나자마자 거대한 골격을 드러낸 ‘삼지창’ 모양의 철제빔 한 쌍이 눈에 들어왔다. 완파된 쌍둥이 빌딩 구조물 중 유일하게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철제빔들이 9.11테러의 아픔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듯 했다.
박물관 로비를 지나자 지하 2층의 ‘기억의 공간’이 관람객들을 맞이했다. ‘우리는 기억한다’(We remember)라는 문구와 함께 테러 당시 목격자들의 진술이 불규칙적으로 세워져 있는 직사각형 기둥 모양의 스크린들 위로 타고 흘렀다. 스피커들 통해 들려오는 그들의 목소리가 당시의 충격과 공포를 생생히 전달했다.
지하 4층 남쪽 전시관에 자리한 ‘메모리엄’ 전시관에는 3,000여명에 달하는 희생자들의 사진이 벽면을 가득 채우며 관람객들의 가슴을 적셨다. 희생자들의 이름과 나이를 나직이 읊조리는 나레이션 너머로 활짝 웃고 있는 그들의 모습에 눈시울을 훔치는 관람객들의 모습이 여럿 보였다.
북쪽 전시관으로 향하는 복도 끝에는 2001년 9월11일 오전 8시 46분 테러리스트들이 탈취한 항공기가 북쪽 빌딩 96~99층으로 날아들었을 때의 충격으로 엿가락처럼 휘어진 철제빔이 당시 참담했던 상황을 보여주고 있었다.
쌍둥이 빌딩 꼭대기에 설치됐던 통신탑 잔해, 엘리베이터 모터, 파편에 훼손된 소방차들을 지난 도착한 ‘9.11 역사 전시관’에서는 생존자나 자원봉사자, 목격자들의 인터뷰 1,995건과 당시 사고 상황, 구조 과정 등을 담은 580여 영상물을 접할 수 있었다. 테러 직후 몸을 던져 구조작업에 뛰어든 소방관들과 경찰관들의 영웅적인 모습이 전시관을 가득 채웠다.
쌍둥이 빌딩 건설당시 기초 제방으로 둘러싸인 ‘파운데이션홀’ 중앙에는 테러 현장 수습 마지막 날에 철거된 일명 ‘마지막 철제빔’(last column) 우뚝 솟아 있었다. 철제빔 위에는 현장 복구 당시 인부들이 남긴 희생자를 애도하는 글과, 사진, 카드들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어 새 희망에 대한 염원을 느낄 수 있었다.
한 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둘러본 박물관은 충격적인 역사속의 비극과 아픔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지만 동시에 숭고한 희생과 헌신, 재건의 의지도 함께 담고 있었다. 테러에 굴하지 않고 이를 극복하는 결연한 의지. 바로 어떠한 어려움에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역설적 희망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박물관을 나서는 관람객들은 서로의 손을 꼭 마주잡고 있었다. <천지훈 기자> 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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