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개비를 움직이는 건 무슨 바람일까?
봄의 샛바람, 높새바람, 여름의 마파람(맞바람), 가을의 하늬바람, 갈바람, 겨울의 뒤바람, 삭풍 등 이름이 많기도 하다. 그 외에도 산들바람, 솔바람, 한들 바람, 실바람, 남실바람, 된바람, 센바람 등 아름다운 우리말 이름들이 색색으로 다양하다.
또 바람의 세기에 따라 나무가 뿌리째 뽑힌다는 노대바람, 건물이 부서지는 왕바람, 매우 파괴적인 싹쓸바람 등 여태 몰랐던 재미있는 이름이 이렇게나 많을 줄이야. 바람개비를 강릉지방에서는 팔랑개비라고 부른다는데, 팔랑이나 살랑바람이란 이름은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바람은 자기 불고 싶은 데로 분다.’ 이 말에 마음이 오래 머물렀다. 성경에 나오는 말인데 뒤의 내용보다 그저 이 구절이 좋았다. 살면서 생겨나는 실망감이나 별수 없이 포기해야 할 때 누구를 탓할 수도, 원망도 할 수 없을 때 이 말에서 이상하게 위안받았다.
바람이 분다. 참 제멋대로 분다.
귓가를 간지럽히며 살며시 불어대는 기분 좋은 바람에서부터 공들여 만진 머리를 마구 헝클어버리는 심술궂은 바람, 모든 걸 날려버리는 두렵고 파괴적인 바람까지 그 모습은 예측할 수 없다. 바람은 마치 사랑의 여러 모습처럼 변덕스럽다. 사랑에 불변함이 귀하듯 바람도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고 움직인다.
거대한 바람개비의 숲을 갔다. 팜스프링 가기 전 거대한 풍력단지다.
이 제멋대로이고 종잡을 수 없는 녀석의 힘을 이용해 전기를 얻는 인간 지혜에게 감탄이 절로 나온다. 또 그것으로 윈드밀 투어(Windmill Tour)라는 관광상품까지.
멀리 선 다 똑같은 크기로 보였다. 그 안에는 사람처럼 생로병사도 있고, 시대의 발전에 따라 크기도 형태도 달랐다. 처음 만들어진 역사와 변천, 고장 났을 때 수리 등등 영상을 보았다. 바람의 세기와 방향에 따라 정지할 때도 있지만, 저장된 전기량에 의해서도 풍차(풍력 발전기)가 멈춘다는 사실도 알았다. 풍차 자체에는 큰 배터리 저장장치가 달리지 않기 때문에 저장이 아닌 실시간으로 전력망(Grid)에 흘려보낸다고 한다. 그래서 저장용량이 차면 풍차는 멈춘다. 바람이 불지 않아 멈추어 있는 게 아니었다.
영상에서, 기둥 속 사다리를 올라 아찔한 터빈 타워 위에 올라가서 작업하는 이가 멋져 보였다. 마치 등대지기나 종탑 지기처럼 높이 올라서서 발아래 펼쳐진 풍광을 보는 느낌은 사뭇 다르리라.
어린아이들을 위한 빨강 노랑 초록의 바람개비를 가져왔다.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두었다. 어쩌다 들어오는 바깥바람에 살그머니 빙글빙글 돌아가면 마음도 따라 살랑인다. 그저 흥겨워서 추는 몸짓처럼 마음이 춤을 춘다. 어여쁜 꽃의 흔들림을 보는 듯 미소가 차오른다.
반면에 거대한 풍력 발전기는 우리를 압도시킨다. 바람의 부드러움과 두려움을 동시에 보여주는 두 크고 작은 바람개비, 바람은 잔잔하게도 격렬하게도 마음을 흔든다. 제멋대로 부는 바람 앞에 그저 겸손해질 뿐이다. 지금 내 앞의 저 바람개비는 어느 바람에 도는 것일까? 팽글팽글 도는 그 날개를 움직이게 하는 바람 이름은 무엇일까? 팽글이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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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숙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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