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를 가늠할 때 휘발유 못지않게 중요하게 보는 것이 디젤 가격이다. 화물차의 주 연료인 디젤 가격이 오르면 트럭에 실려 미국 전역으로 뿌려지는 상품의 가격도 동반 상승한다. 그런 디젤 가격은 지난달 30일 기준 갤런당 미 전국 평균 5.49달러로 역대 최고가(2022년 6월 5.82달러)에 근접했다.
실제 미국 물가도 꿈틀대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은 4월 전년 대비 3.3%, 전체 PCE 지수도 3.8% 오르며 연준의 통화정책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돌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에도 시장에서 보는 연내 금리 인상 확률은 약 50%로 동결과 같은 수준까지 상승했다.
지난 2년간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기준금리의 화살표는 아래를 향했다. 코로나 이후 물가가 폭등하자 각국은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물가가 잡힐 기미를 보이자 2024년과 지난해에는 금리를 인하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주요 10개국 중앙은행이 2024년과 지난해 내린 기준금리 규모는 각각 850bp(1bp=0.01%포인트), 800bp에 달했다.
하지만 전쟁발 고유가 여파가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자 이제는 금리를 인상할 채비를 하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4월 통화정책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 심도 있고 오랜 시간 논의했다”며 6월 금리 인상 신호를 보냈다. 유로존 물가 상승률은 이번 전쟁 발발 전인 2월 1.9%에 머물렀지만 4월 3%로 껑충 뛰었다. 일본은행(BOJ) 역시 6월 기준금리를 0.75%에서 1.0%로 인상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이미 금리를 올린 곳도 많다. 호주중앙은행(RBA)은 2월과 3월, 5월 3번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인도네시아 역시 자국 화폐 가치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자 0.5%포인트 깜짝 인상을 단행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도 연내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했다.
문제는 물가 상승의 원인인 유가가 당분간 안정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 석유 메이저 셰브런의 마이크 워스 최고경영자(CEO)는 28일 한 콘퍼런스에서 “6월, 특히 7월로 접어들면서 유가 상승 압력이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엑손모빌의 닐 채프먼 수석부사장도 29일 “글로벌 원유 재고가 향후 2~3주 내 극히 낮은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며 유가 급등을 경고했다. 미국과 이란이 60일간 휴전을 하는 양해각서(MOU)에 서명을 해도 호르무즈해협, 이란 핵 문제를 놓고 쉽게 최종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당분간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돈줄을 조이기 시작하면 시장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시중 유동성이 줄면 현재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이끌고 있는 빅테크의 데이터센터 건설 붐도 주춤해져 반도체주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그 영향은 올 들어 세계에서 주식이 가장 많이 오른 한국에 가장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 전 세계 주요 주가지수 중 올 들어 가장 상승률이 높은 것은 코스피로 101.1%를 기록했다. 다음은 대만으로 50.7%, 3위는 일본 닛케이225로 31.8%였으며 나스닥은 16.1%를 기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올해 상반기가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코스피는 나스닥 지수가 닷컴 버블 붕괴 직전인 1999년에 기록한 102% 급등세에 필적하고 있다”고 짚었다. 한국의 주가가 너무 가파르게 오르다 보니 개인들이 거액의 빚을 내 투자하는 아슬아슬한 상황도 연출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정부는 주가 급등에 고무될 게 아니라 시장이 급락할 경우 생길 문제는 없는지 대비책을 세워놓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들려오는 소식은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의 3고(高)는 성공의 비용’이라는 경제 당국자의 언급뿐이니 걱정이 앞설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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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규 서울경제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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