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이라 불릴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한 존재를 대통령에 빗대고는 한다. 원조는 1990년대 ‘문화 대통령’ 서태지다. 가출 청소년들이 그의 노래 ‘컴백홈’을 듣고 줄줄이 집으로 돌아갔을 정도. ‘뽀통령’도 있다. ‘어린이들의 대통령’으로 추앙받은 애니메이션 캐릭터 뽀로로. 2017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뽀로로 모양의 인공지능(AI) 로봇과 대화했을 때 언론은 “정상회담”이라 불렀다.
■ 대통령제는 대통령 한 명을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정부 형태다. 선거를 통해 선출되지 않고도 대통령이라 불리는 또 다른 이가 있다는 건 뭔가 잘못됐다는 뜻.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씨가 ‘소통령’으로 통한 것이 딱 떨어지는 예다. 정부·군 인사, 여당 공천 때마다 소통령 입김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는 얘기가 무성하더니, 김 전 대통령이 임기 말에 두 번이나 사과했다. 정치·경제·언론 권력이 서로 유착했던 시절엔 일부 언론사주를 ‘밤의 대통령’이라 일컬었다. 펜의 힘을 남용해 막후에서 나라를 주무르는 플레이어 행세를 한 것을 꼬집은 말이다.
■ 하늘에 태양이 단 하나이듯, 정권 초기 대통령은 유일무이한 최고 권력자로서 모든 권력을 독점한다. 새 정부 출범 100여 일 만에 이재명 대통령 말고도 자칭·타칭 ‘대통령’이 여럿 나타난 것은 정치 문법을 벗어난 일이다. 각종 정책을 놓고 대통령실과 힘겨루기를 하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여의도 대통령’, 민주당 강성 지지층을 쥐락펴락하는 유튜버 김어준씨는 ‘충정로 대통령’이란다. 방송 정책을 흔드는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을 가리키는 ‘방통령’이란 말도 등장했다.
■ 대통령 참모들로선 기가 막힐 것이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모든 게 과장이다. 지금 대한민국을 이끄는 대통령은 이재명 한 분”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재명 일극체제’라더니, 어찌 된 것일까. “반대파의 이간질”이라는 반박, “이 대통령의 진보 진영 장악력이 크지 않다는 방증”이라는 해석을 비롯해 설이 분분하다. 분명한 건 여권 안에서 권력이 새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대통령들과의 동거’를 언제까지 인내할지 궁금해진다.
<최문선 / 한국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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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은 개똥령 호소인이지.개똥령이ㅡ아니다...지들끼리 개똥령 호소한다는데 무슨 쇼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