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점심을 간단히 때우려고 들른 맥도날드에서 타인종 모녀가 BTS 피규어를 두고 환호성을 지르는 모습을 목격했다. 아이들 전용 메뉴인 해피밀을 사이좋게 하나씩 주문한 그들은 사은품으로 나오는 BTS 피규어의 이름을 확인하고 자신들이 가장 좋아하는 멤버가 나오자 흥분한 것이다. 이들 모녀는 BTS 멤버들의 한국 이름을 또박또박 발음하며 식사는 뒷전인 채 피규어 얘기만 하다가 자리를 떠났다. 한국 아이돌 가수 피규어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맥도날드에서 제공되고, 사람들이 그 앞에서 열광하는 모습은 불과 10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광경이었다.
학창 시절 음악 좀 듣는다고 자부하던 학생들은 대부분 팝송을 즐겨 들었다. H.O.T나 젝스키스가 한창 인기를 끌던 시절에도, 영어로 된 곡이 더 세련되고 우월하다는 인식이 은근히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나 30여 년이 흐른 지금, 세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스포티파이, 애플 뮤직 등 전 세계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K팝은 국적과 언어의 장벽을 넘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소비되고 있다.
K팝 팬들은 다른 음악 장르 팬들보다 훨씬 꾸준히 음악을 듣고, 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높은 충성도를 보인다. 빌보드 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K팝 팬덤의 82%는 일주일 내내 K팝을 듣고, 72%는 정기적으로 K팝 음악을 즐긴다. 팬들의 연령대도 13~17세 28%, 18~24세 19%, 25~34세 16%, 35~44세 13%, 45~54세 11%, 55세 이상 12%로 다양하며, 신규 팬층도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팬들은 K팝을 통해 스트레스 해소와 소속감을 얻고,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롤모델로 삼아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영감을 받는다.
BTS의 ‘Dynamite’ 뮤직비디오는 K팝의 글로벌 영향력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2020년 8월 발표된 이 곡의 뮤직비디오는 올해 9월 유튜브에서 20억 뷰를 돌파해, 전 세계 가수 중 최초로 달성했다. 같은 시기 블랙핑크는 2019년과 2023년 두 차례에 걸쳐 세계 최대 음악 페스티벌인 ‘코첼라’ 무대에 올라 K팝 걸그룹 최초이자 헤드라이너로서 전 세계 음악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BTS와 블랙핑크의 이러한 성과는 한때 일부 매니아들의 취향으로만 여겨지던 K팝이 이제는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주류 음악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BTS와 블랙핑크를 필두로 한 K팝의 세계적 성공은 단순한 음악을 넘어 문화와 역사로까지 관심을 확장시키고 있다. 지난 8월 광복 80주년 기념 전시 ‘평화를 향한 여정’에서는 프랑스인 아나엘 젤레타(24), 아멜리 샤말(22), 이네즈 페레라(26)가 해설사로 참여해, BTS와 K팝을 통해 한국 역사와 문화를 전 세계 관람객에게 소개했다.
젤레타는 “K팝을 들으며 한국어뿐 아니라 역사 공부까지 시작했다”며 “프랑스에서 한국을 알리는 ‘전도사’로 활동할 수 있다는 점이 기쁘다”고 말했다. 샤말은 “한국이 식민 지배를 극복하고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과정을 배우며 K팝에도 그 힘이 녹아 있음을 느꼈다”고 했다. 페레라 역시 “판소리, 해금 등 전통 음악을 접하고 나서 BTS와 한국 음악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전 세계에서 한국 음악이 울려 퍼지는 모습을 보며, 세대와 국경을 넘어선 변화의 거대한 물결을 온몸으로 느낀다. BTS와 블랙핑크를 필두로 한 K팝의 세계적 영향력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으며, 스트레이 키즈, 에스파 등 4세대·5세대 아이돌들이 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북미와 유럽 등지에서 열성적인 해외 팬덤을 확보하며 K팝의 글로벌 확장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단순한 한류를 넘어, K팝이라는 창구를 통해 이어진 한국 문화의 영향력은 앞으로도 오래 지속되길 바란다. 오늘의 열풍이 내일 세대까지 이어져, 한국 음악과 문화가 세계 곳곳에서 끊임없이 울려 퍼지며 새로운 영향력을 만들어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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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경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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