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 대법원은 지난 2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전 세계 대부분 수입품에 부과한 상호관세를 위헌·위법이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대통령이 연방 의회의 명백한 권한 위임 없이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한 것은 입법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대법원 판결은 단순한 무역 정책의 위법 판단을 넘어선다. 헌법에서 관세 징수는 연방 의회가 위임한 세입·통상 권한이라는 기본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대통령의 행정권이 경제 전 영역으로 확장되는 것을 견제한 역사적 판결로 평가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취임 이후 IEEPA를 이용해 ‘위협적인 불법 이민, 마약, 불공정 무역 관행’ 등을 이유로 세계 대부분 국가를 대상으로 상호관세를 부결해 왔다. 그러나 IEEPA가 관세 권한을 명시적으로 위임하지 않는다는 법리 해석이 이번 판결의 핵심이다.
이번 판결은 행정권 제한과 의회 주도 무역정책 수립의 원칙을 되살렸다. 이는 향후 대통령의 긴급 조치 남용을 법적으로 차단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
판결 직후 20일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광범위한 관세가 소비자 가격 상승, 공급망 불확실성 등을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가 일부 해소된 영향이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 지수는 전장보다 230.81포인트(0.47%) 오른 49,625.97에 거래를 마감했다. 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47.62포인트(0.69%) 상승한 6,909.51, 나스닥 지수는 203.34포인트(0.90%) 뛴 22,886.07에 장을 마쳤다.
트럼프의 상호 관세 정책이 예상대로 위법 판결을 받자 투자자들은 급반등으로 화답했다. 앓던 이처럼 투심 한쪽에 남아 있던 불확실성이 해소되자 매수세가 가동된 것이다.
이번 판결은 단지 미국 국내법적 판단에 그치지 않는다. 국제 통상질서를 둘러싼 다자·양자 관계에서도 여파가 클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그동안 강력한 관세 위협을 교섭 카드로 활용했다. 하지만 한 축의 법적 기반이 무너짐으로써 대외 협상력은 약화될 수 있다. 특히 미국과의 무역합의를 앞둔 국가들은 대체 권한 근거가 무엇인지 불확실성을 갖게 됐다.
유럽연합(EU)은 미국과 체결한 무역합의의 이행을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합의에서 정한 관세 한계를 넘어서는 추가 인상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과 일본 등도 신중한 반응을 유지하면서, 미국의 법적·정책적 불확실성이 향후 투자·수출 전략에 미칠 영향을 타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밖에서 미국 대통령이 일방적 관세를 부과해 온 관행은 이번 판결로 제도적 균형의 필요성이 부각됐다고 진단했다. 각국은 다자 규범 내에서 분쟁 해결과 관세 부과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는 논리를 강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주식 시장의 경우 리스크 프리미엄 축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번 판결은 전면적 관세 인상 가능성을 예전보다 낮추며 기업 이익 전망의 하방 리스크를 완화했다. 구체적으로 수입 원가 상승 압력 완화, 소비 위축 가능성 감소,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 축소 등이 제시된다.
업종별 영향을 보면 대형 기술주는 공급망 안정 기대로 주식 상승 효과가 기대된다. 소매·유통의 경우 수입 소비재 가격 안정으로 마진 개선 효과가 예상된다. 산업재·자동차 업종은 부품 비용 부담 완화를 꼽을 수 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법 122조와 232조, 301조 등 다른 법적 수단을 활용할 경우 변동성은 재확대될 수 있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는 판결 직후 무역법 122조에 근거한 전 세계 15% 추가 관세를 이 법이 허용하는 150일 동안 발효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는 법적 취약성을 회피하면서도 관세 정책을 유지하려는 ‘대체 전략’으로, 시장과 교역국들에게 또 다른 불확실성을 던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법원 판결로 불확실성은 오히려 커지게 됐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것은 트럼프 상호관세의 최대 피해자는 미국 소비자들이다. JP모건에 따르면 현재까지 상호관세 징수 총액이 2,000억달러에 달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액수의 최대 90%를 경제 위축과 고물가에 시달리고 있는 소비자들이 부담했다. 세대 당 관세 부담도 최대 2,000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관세는 불공정한 무역에 대한 최수의 수단이다. 이를 연방정부 재정적자 해소 또는 예산 충원을 목표로 ‘수십년간 세계 국가들이 미국을 갈취해왔다’는 트럼프의 인식에 따른 부과된 무차별적 보복 관세는 이제 중단돼야 한다.
<
조환동 편집기획국장·경제부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