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전 세계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K-pop 데몬 헌터스’에 열광하고 있다. 이 영화의 인기 비결은 K-POP, 한국 신화, 무속 신앙을 결합한 독특한 소재와 뛰어난 음악, 그리고 탁월한 연출 덕분이다. 그리고 서양과 다른 한국인의 독특한 '귀신'에 대한 태도도 상당히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서구 문화에서 귀신, 즉 악마(Demon)는 신에게 반역하거나 인간을 타락시키는 선천적 악이다. 이들을 물리치고 파괴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으로 여겨진다. 반면, 한국의 귀신은 대부분 원한을 품고 저승에 가지 못한 '원귀(寃鬼)'다. 이들은 스스로 악해서가 아니라, 억울한 사연 때문에 인간을 괴롭히게 된 불행한 영혼이다.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국인은 귀신을 무조건 멸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의 한(恨, Resentment, 맺힘)을 풀어주고 편안히 저승으로 가도록 돕는 데 집중한다.
억울한 영혼을 위로하는 진혼(鎭魂)굿이나 좋은 곳으로 보내는 천도(薦度)제가 그 대표적인 예다. 이러한 행위는 공포의 대상을 제거하는 것을 넘어, 인간적인 연민과 공감이 담긴 문화다. 귀신도 한때 우리와 같은 사람이었다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이 독특한 사고방식은 'K-pop 데몬 헌터스'를 통해 전 세계에 신선한 충격을 준 것으로 보인다. 서구 문화에서는 보기 힘든 '한'과 '치유'의 개념이 대중적인 콘텐츠에 녹아들자, 관객들은 한국 문화에 깊은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이런 관심은 한국 상품 소비와 관광으로 이어져 경제적 효과를 낳고 있는 것을 보면, 과연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놀랍게도 이 영화의 감독은 어린 시절 캐나다로 이주한 한국계 캐나다인 매기 강이다. 서구 문명에서 성장했기에, 오히려 객관적인 시각으로 한국 문화의 특징을 깊이 이해하고 그 장점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 지구적 위기 속에서, 오랜 문명의 선도자였던 서구와 미국은 한계를 드러냈다. 반면, 한국은 일사불란한 방역 시스템과 국민들의 협력으로 일상을 유지하고 전 세계에 방역 물품을 제공하며 전 세계의 찬사를 받았다.
한국은 비록 작은 나라이지만, 중국과 함께 독자적인 인터넷, 반도체, 자동차, 조선, 중화학 공업 등 대부분의 제조업 생태계를 갖춘 나라다. 하지만 중국과 달리, 한국 문화는 전 세계인에게 아무런 부담 없이 받아들여지고 심지어 열광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문명도 생명체처럼 변한다. 지난 팬데믹을 거치며 서구 문명은 더 많은 문제를 노출했고 해결 동력을 잃어가는 '노화된 문명'임을 보여주었다. 반면, 한국은 산적한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하며 꾸준히 나아갈 힘을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지금은 한민족이 주도하는 새로운 문명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K-pop 데몬 헌터스' 같은 작품과 그 작품을 만든 해외 한인 동포들이 이 흐름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제 한국의 얼, 문화, 그리고 상품이 세계적 경쟁력을 가졌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미주 한인들 역시 이 흐름을 타고 미국 사회에서 발전하며 한민족 시대를 여는 핵심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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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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