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대공황 초기인 1930년 허버트 후버 대통령 시절 ‘스무트·홀리 관세법’을 제정해 2만여 개의 수입품에 대해 평균 59%, 최고 400%의 관세를 부과했다. 하지만 자국 산업 보호라는 취지와 달리 외려 대공황 악화에 시달렸다. 영국·프랑스 등 경쟁국들이 미국 농산물·공산품에 대해 보복관세 등으로 맞서면서 무역이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은 1934년 ‘경제협력법’을 통해 양자 간 무역협정을 체결해 관세를 낮춰야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1기 집권기에도 미중 관세전쟁이 벌어졌다. 2018년 미국이 중국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해 고율 관세를 물리자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 등에 대한 보복관세로 맞대응했다. 2019년 미국이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올리자 중국은 또다시 보복에 나섰다. 경제 피해가 커지자 양국은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와 지식재산권 보호, 미국의 관세 인하 등으로 절충해 봉합에 나섰다.
■트럼프가 12일 미할 마틴 아일랜드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유럽연합(EU) 등 경쟁국과의 관세전쟁을 ‘돈의 전투(financial battle)’라고 표현했다. 트럼프는 “EU에 대해 불만”이라며 “우리는 EU와의 대결에서, ‘돈의 전투’에서 이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이날 전 세계를 대상으로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부과에 돌입하자 EU와 캐나다는 즉각 보복관세 카드를 내밀었다. 트럼프는 관세전쟁의 전선을 넓혀 “다음 달 2일에는 (각국별로) 상호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대미(對美) 무역 흑자 규모에서 한국은 660억 달러로 여덟 번째로 많다. 그만큼 우리는 관세전쟁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계엄·탄핵 정국 속에서 국정 리더십 공백이 길어지면서 경제·통상·안보 현안을 놓고 트럼프 행정부와 제대로 소통하지도 못하고 있다. 정부와 여야 정치권, 기업들이 함께 정교한 전략을 세워 미국을 상대로 설득과 협상에 나서야 할 때다.
<고광본 /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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