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령의 달, 추수감사절의 계절, 필자의 귀빠진 날이 들어있는 11월, 누군가는 남자들의 속을 끓이기도 하며 외로워 하기도, 심하면 우울증에 빠지도 한다. 소위 “어느 남정네는 가을을 심히 타네!”가 이런 형태로 표출되는 게 아닌가 한다. 마치 여성분들 특히 처녀들의 “봄을 타는” 것과 흡사하다 하겠다. 허나 계절을 탐도 봄과 가을이 같을 순 없다.
봄을 탄다에선 돗아나는 새 생명에 대한 기대와 흥분, 맑고 밝은 미래에 대한 일종의 희망과 더불어 호기심의 작용일 것이겠으나, “가을을 탄다”에선 어쩐지 다가올 미래가 희망적이라기 보다는 좋은 말로 해 성숙해지며 완숙해 진다 하겠지만 솔직히 표현해서 한마디로 지는 해에 비교되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 아닐 까 한다.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 굳이 아름답다고 애써 표현하는 가을을 훌쩍 지나면 나도 모르게 으시시 몸이 움추려 들것만 같고 길고 길 듯한 엄동설한(嚴冬雪寒)이 어김없이 오는 사계가 있는 지역이 때론 부러워진다는 역설(逆說)도 있다.
미국에서 제일 날씨가 좋다는 상하(常夏)의 계절만 있는 듯한 남가주도 분명 사계가 있다곤 하지만 어디 동부와 비교가 될 수 있겠나! 비슷한 해(2016, 17년) 동부에서 이곳 서부 같은 지역으로 이사온 교회 선배되시는 분 표현으론 계절의 변화를 못 느끼고 산지 몇몇해인가? 노래가사인 듯한 탄식조로 필자가 보낸 이브 몽땅의 노래를 듣고 한 말이 생각난다. 이분은 특히 동부의 가을 단풍을 무척이나 못잊어하는 분이다.
흐느끼며 호소하며 혀 굴리는 듯한 이브 몽땅(Yvet Montang)이나 굵직하면서도 또한 마음 깊숙히로부터 호소하는 듯한 냇킹 콜(Nat King Cole)로 대표되는 “가을 잎”(枯葉, 고엽)을 누군가로부터 받거나, 누군가에게 내가 보내면 그때가 바로 가을의 문턱에 와 있다는 징표가 됨은 벌써 오래전부터 있어온 낯익은 관례가 되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제각기 자신의 독특함을 뽐냄을 이해함이 옳은 일인 것은 인생이 언제나 한결 같은 것이 아니며 때론 태평성대처럼 안온한 때도, 때론 망망대해(茫茫大海)에 홀로 외로이 떠 있으며 질풍노도(疾風怒濤)와 맞 싸우는 일엽편주(一葉片舟)와 같은 때도 있어 마치 훌륭한 강철이 온갖 고통과 단련후에 만들어지는 것과 같은 게 아닐까!
望九(망구, 팔십)의 나이에 접어들었다곤 하지만 아직도 불가에서 말하는 오욕칠정(五慾七情), 즉 오욕(五慾)인 재물, 명예, 식욕, 수면욕, 색욕과 칠정(七情) 喜, 怒, 哀, 樂, 愛, 惡(오), 慾에서 벗어나지 못한 보통 인생임을 어렴풋이나마 알 듯 모를 듯한 필자이기에 실망과 기쁨, 분노와 희열이 마치 짜깁기나 하는 듯한 인생에서 특히 오곡백화( 五穀百花)가 익어가는 가을을 몹시 타는 필자가 잠시 꿈을 꾸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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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길 전 워싱턴서울대동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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