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상 드러나도 사과 제대로 안해…네티즌 격분, 개인정보 공개
붐비는 대학 구내식당. 2학년 여학생 탕(唐)모씨는 누군가 자신의 엉덩이를 만지는 느낌이 들었다. 뒤돌아보니 1학년 남학생이 서 있었다. 봉변을 당했다고 생각한 탕씨는 다짜고짜 그의 신분증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사회적으로 매장시켜야 한다”며 인터넷에 자신이 당한 일을 올렸다. 남학생은 결백을 주장했지만 분을 삭이지 못한 탕씨는 귀담아 듣지 않았다. 중국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칭화대에서 지난달 벌어진 일이다.
다음날 상황이 반전됐다. 대학 교수가 폐쇄회로(CC)TV를 확인해보니 탕씨의 엉덩이를 스친 건 남학생의 가방이었다. 하지만 탕씨는 남학생을 찾아가 정중하게 사과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을 통해 건성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는데 그쳤다.
특히 탕씨가 남학생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가 공개되자 여론이 격분했다. 탕씨는 후배에게 훈계하듯 “이번 일은 터무니없이 날조된 것이 아니니까 앞으로 남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도록 주의하라”면서 “우리가 서로 사과하면 이번 일은 마무리된 것”이라고 적었다. 적반하장이었다.
이에 네티즌은 탕씨의 이름과 사진, 가족관계를 비롯한 개인정보를 속속들이 까발렸다. 심지어 탕씨의 대학 학점이 남학생과 비교해 형편없다면서 “학교의 수치”라고 험담을 쏟아냈다.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에 관련 조회수가 며칠 만에 13억회를 웃돌았다. 탕씨는 결국 다시 격을 갖춰 긴 분량의 사과문을 내고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이번 사건으로 중국 사회에서 성폭력을 바라보는 양측의 대조적인 시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한쪽에서는 탕씨의 오만함에 분개하며 “과도한 페미니즘에 사로잡혀 있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자초지종을 확인하기도 전에 오히려 남성들이 마녀사냥식으로 가해자라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치욕을 감수하는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여성계에서는 “일상생활에서 여성은 약자로서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용기 있게 맞서는 다른 여성들까지 폄하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