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당, 12∼1월 통합협의체 구성 박차…홍철호·이양수 실무팀
▶ 변혁, 연말까지 신당 창당 준비… “통합 논의 실무진 구성까진 시간 필요”
‘한국당+변혁 신당’ 당 대 당 통합 전망도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오른쪽),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서울=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제안에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모임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의 대표인 유승민 의원이 화답하면서 보수통합을 위한 대화의 막이 올랐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야권 정계개편의 신호탄이 떠오른 셈이다.
지난 2017년 초 탄핵 정국을 거치며 한국당, 바른정당, 대한애국당 등으로 쪼개진 보수 진영이 3년 만에 '통합'을 시도하는 것으로, 내년 총선에 보수 통합이라는 단일대오를 구축할지 주목된다.
탄핵을 거치며 보수 진영 내 갈등의 골이 깊은 데다, 각각의 정치적 지향점이 사뭇 다르고, 총선 공천을 포함한 복잡한 관계 설정 등을 실질적인 통합까지는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당장 황교안 대표의 보수통합기구 제안에 '대화하자'고 화답한 유승민 의원은 7일 "굉장히 어려운 대화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보수 대통합이 실현된다면 내년 총선 자체가 '대통합 보수 대 범진보'의 양강 구도로 재편되면서 보수 진영이 공통의 목표로 내세우는 '문재인 정권 심판'에 한층 힘이 실릴 전망이다.
◇ '보수 빅텐트' 주목…유승민계·우리공화당 '물과 기름'
말 그대로 보수 진영 전체가 한 지붕 아래 모이는 것을 뜻한다. 탄핵을 거치며 흩어진 한국당, 바른미래당 내 바른정당 출신, 우리공화당(옛 대한애국당)은 물론 보수 성향 무소속 의원 및 인사들의 통합이다.
보수통합 공론화에 나선 황 대표를 비롯해 한국당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이기도 하다.
황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한민국의 근간을 파괴하고 있는 문재인 정권에 맞서 헌법적 가치를 존중하는 모든 자유민주세력의 통합, 이 통합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고 말했다.
'반(反)문재인'을 기치로 모든 보수 진영이 한데 뭉치자는 메시지를 또다시 발신한 셈이다.
(서울=연합뉴스)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운데)가 7일 오전(한국시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위해 회의실로 이동하고 있다.
앞서 황 대표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바른미래당 변혁의 유승민 의원, 우리공화당과도 직·간접 소통을 해왔다고 소개했다. 동시에 대통합을 위해 자리를 탐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하지만 '보수 빅텐트'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적지 않다.
당장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놓고 보수 내 양극단이 여전히 존재한다.
탄핵에 찬성하며 새누리당(현 한국당)을 나선 바른미래당 내 유승민계, 현재도 탄핵을 인정하지 않는 우리공화당이 대척점에 선 상태로, 양측 간 간극을 메우긴 쉽지 않아 보인다.
유승민 의원은 "3년 전 탄핵 문제에 매달린 분들과 같이 보수를 재건할 수 있다는 생각은 현실성이 없고 그런 빅텐트가 성공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리공화당을 겨냥했다.
반면 우리공화당 조원진 공동대표는 "21대 총선은 탄핵 대 탄핵에 저항했던 세력들의 싸움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한국당은 '탄핵 불문' 입장으로, 추후 유승민계와 우리공화당을 중재하며 보수 대통합을 꾀할지 주목된다.
한국당 일각에서는 유승민계만 참여하는 통합 논의는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승민계와의 통합으로 제한될 경우 당내에서도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관측이다.
당 관계자는 "통합 논의를 시작할 때 한국당, 바른미래당, 우리공화당과 재야 보수 세력이 모두 들어가야 한다"며 "그러려면 통합협의체부터 모든 보수 세력을 대표할 수 있는 인사들과 골고루 구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쇄신과 혁신 없는 '헤쳐모여식' 보수 빅텐트는 국민의 외면을 받을 것이란 비판도 적지 않다.
바른미래당을 탈당한 무소속 이언주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쇄신 없이 묻지마 통합, '도로 새누리당' 통합 갖고는 지지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연합뉴스)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모임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 대표인 유승민 의원(왼쪽)이 7일 오전(한국시간) 국회에서 비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한국당-유승민계 신당 '당 대 당 통합' 가능성
황 대표의 보수통합기구 제안에 우리공화당은 "야합"이라며 일단 거부의 뜻을 밝힌 반면, 유승민 의원은 "대화하자"고 관련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는 한국당과 유 의원이 이끄는 바른미래당 비당권파인 변혁 간 보수 통합 논의가 우선 진행될 수 있음을 뜻한다. 한국당과 변혁 양측은 모두 '보수의 가치' 재정립을 통합의 전제로 삼고 있다.
양측의 논의가 시작된다면 우선 유 의원이 제시한 '보수 재건 3대 원칙'이 테이블 위에 오를 전망이다.
유 의원은 ▲ 탄핵의 강을 건너자 ▲ 개혁보수로 나아가자 ▲ 낡은 집을 허물고 새집을 짓자 등을 3대 원칙으로 제시하면서 "3가지 원칙만 확실히 지켜진다면 아무것도 따지지도 요구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즉 한국당이 이 같은 요구사항을 수용하면 양측의 통합 논의는 급물살을 탈 수 있다.
당장 한국당은 탄핵 문제에 대해 '탄핵 불문'이라는 답을 내놓았고, 당의 인적 쇄신 및 혁신을 강조했다. 나아가 황 대표는 '간판을 바꿔 달 수도 있다'는 취지의 언급도 했다.
따라서 변혁 측이 현재 방침대로 '개혁보수'를 전면에 앞세운 신당을 꾸리고, 추후 보수 통합 논의가 무르익으며 한국당과 변혁 신당이 당 대 당 통합을 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여기에 변혁의 유승민계뿐 아니라 국민의당 출신인 안철수계 의원들, 나아가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안철수 전 의원이 참여할지 주목된다.
하지만 우리공화당까지 아우르는 보수 대통합을 염두엔 한국당으로서는 변혁 측의 요구에 부합하는 입장을 내놓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유 의원 말대로 '어려운 대화'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공화당 홍문종 공동대표는 이날 tbs 라디오에 출연해 "탄핵에 찬성한 사람들이 반성하고 '이제 다시는 그런 일 없겠다'고 해도 될까 말까인데, 지금은 자기들이 잘했다고 하면서 '우리가 잘못한 게 뭐냐' 식으로 나가면 저희들은 그 사람들과 같이 가는 게 어렵다고 계속 이야기 해왔다"고 말했다.
안철수계 의원들의 경우 통합 논의에 부정적인 기류도 일부 감지된다.
변혁의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권은희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어제 황교안 대표가 보수 대통합을 제안했는데 한국당과의 통합은 없다"며 "이를 명확하게 천명하고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간다"고 한국당과의 통합에 선을 그었다.
'변혁' 비상회의에서 발언하는 유승민
'변혁' 비상회의에서 발언하는 유승민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모임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 대표인 유승민 의원(왼쪽)이 7일 오전 국회에서 비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19.11.7
kjhpress@yna.co.kr
◇ 한국당 "통합 실무논의 착수"…변혁 "시간 필요"
일단 대화의 물꼬가 튼 이달부터 연말까지 각 당의 보수통합 시간표는 빠르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당과 변혁 간 논의 진행 방법과 속도를 둘러싼 온도차는 있다.
한국당은 통합 주체들이 참여하는 범보수 통합협의체를 만들어 대화를 시작하자고 나섰다.
한국당은 황 대표가 보수통합을 제안한 당일(6일) 통합 논의를 위한 실무팀(홍철호·이양수 의원)부터 구성하며 통합 논의에 속도를 내려는 모양새다.
황 대표가 오는 12∼1월 당내·외 보수통합에 동의하는 인사들로 구성된 통합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밝힌 만큼, 앞으로 한 달간 통합협의체 구성에 주력할 방침이다.
한국당은 통합협의체 참여 대상을 '통합에 뜻을 모은 제정치 세력'으로 열어놨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우리공화당은 물론 재야 보수 세력까지도 함께하겠다는 것이다.
전희경 대변인은 통화에서 "모든 정치 세력과 시민사회까지 참여 대상으로 상정했다는 의미가 크다"며 "중요한 것은 문재인 정권의 폭정을 막기 위해 더이상 통합을 늦출 수 있는 시간이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비해 변혁은 통합 논의의 실무진 구성을 하기에 앞서 내부 이견 조율 등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당이 주도하는 보수통합의 시간표에 일방적으로 따라가지 않겠다는 의도도 깔렸다고 할 수 있다.
변혁의 한 의원은 통화에서 "톱다운 식으로 내려온 제의라 양측이 물밑에서 실무 논의를 진행한 것이 없다"며 "황 대표가 통합논의 기구를 띄우겠다고 바로 어제 이야기한 것이기 때문에 변혁 내 논의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변혁 일각에서는 황 대표가 제안한 통합협의체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말도 나온다. 한국당과의 통합 자체에 반대하기 때문이다.
한편 변혁은 이날 신당 창당을 위한 신당기획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안철수계 권은희 의원과 유승민계 유의동 의원이 신당기획단 공동단장이다.
변혁이 추진하는 신당의 창당 시점은 대략 12월 10일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12월 10일은 정기국회 종료일로, 그전까지는 바른미래당을 탈당할 수 없다는 의견도 변혁 일각에서 나온다.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교섭단체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변혁의 이혜훈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 여부가 결정이 나는 12월 정기국회 종료 전에는 신당 모습이 구체화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변혁이 신당을 만든다고 바른미래당을 탈당해버리면 손학규 대표가 원내대표를 즉각 자기 사람, 즉 더불어민주당과 생각이 같은 사람으로 꽂아버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변혁의 보수통합 논의는 신당 창당과는 별개로 진행될 전망이다.
유 의원은 "한국당의 (통합 논의) 스케줄에 맞춰서 그것만 기다릴 수 없다"며 "개혁적인 중도보수 신당이 우리가 갈 길이라는 신념 하에 신당 창당을 추진하는 것이며, 신당을 보수통합의 임시적인 수단이나 방법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따라서 변혁의 신당 창당이 마무리되는 12월 중순 이후 보수 통합 논의는 속도가 붙어 내년 1월에는 보수 통합이 판가름 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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