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OC, 폭염 우려 변경 공식화
▶ 거액 투입한 도쿄 측 반발

존 코츠 IOC 대표
2020년 도쿄올림픽 마라톤·경보 경기를 실시하는 지역을 둘러싸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도쿄도의 밀고 당기기가 계속되고 있다.
IOC는 지난 17일 도쿄올림픽 마라톤과 경보 경기를 삿포로에서 실시하는 방안을 공식화했다. 도쿄올림픽 기간(2020년 7월24일~8월9일) 중 폭염에 따른 선수 건강에 대한 우려에서다. 올림픽을 9개월 앞두고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개최지인 도쿄도는 발칵 뒤집어졌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지난 25일 존 코츠 IOC 조정위원장을 만나 마라톤 실시 도시 변경 발표에 대한 경위 설명을 요구하며 도쿄에서 실시할 뜻을 재차 강조했다.
도쿄도는 대안으로서 경기 시작 시간을 오전 6시에서 오전 5시로 앞당기는 방안을 제시했다. 검토된 안 중에는 ‘부흥 올림픽’이란 명분에서 2011년 동일본대지진 피해지인 도호쿠 지방에서 실시하는 방안도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코츠 조정위원장은 면담 후 기자들에게 “이미 IOC 이사회에서 결정됐고 도쿄에서 실시되는 일은 없다”고 못박았다. 고이케 지사는 “일단 IOC 제안을 들었으며 (30일부터 열리는) IOC 조정위원회에서 논의될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일본에서는 삿포로 개최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IOC 이사회 재량으로 개최도시 외의 (경기) 실시를 허가할 수 있다”는 올림픽 헌장 조항 때문이다. 그럼에도 도쿄도가 강력 반발하는 배경에는 지난해 6월 도쿄의 관광명소를 도는 마라톤 코스를 마련했고, 폭염 대책으로 해당 도로에 열 차단제를 포장하는 등 이미 300억엔(약 2억7,600만 달러)을 투입했기 때문이다. IOC가 삿포로 개최를 강행할 경우엔 이제까지 소요된 경비 등의 보상을 요구하겠다는 입장을 시사하고 있다.
IOC의 갑작스러운 마라톤 개최 도시 변경 발표는 이달 초 폐막한 카타르 도하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때문이다. 중동의 더위를 감안해 자정에 마라톤 경기를 시작했으나 30도 이상의 기온과 70% 이상의 습도 등 최악의 환경 속에 기권자가 속출했고, 선수들의 건강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거셌다. 도쿄올림픽도 비슷한 환경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림픽 기간 중 도쿄보다 평균기온이 5~6도 낮은 삿포로로 변경한 것이다.
양측의 줄다리기 속에 정작 최우선시돼야 할 선수들의 입장은 등한시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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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김회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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