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서 돌아와 저녁을 무엇으로 장만할지 냉동고를 훑는다. 전에 끓여서 일회용 플라스틱 통에 넣어둔 육개장과 고등어자반이 눈에 들어온다. 얼린 통을 찬물에 담가놓았다가 냄비에 옮겼다. 비워낸 플라스틱 통을 들여다보니 벌건 고추기름이 잔뜩 묻어있다.
얼른 쓰레기통에 던진다. 그러나 부끄러운 마음에 다시 끄집어낸다. 세제로 깨끗이 닦아 재활용 통에 넣는다. 이렇게 분리수거 하는 일에 착한 마음과 나쁜 마음이 왔다 갔다 한다.
내가 사는 알링턴 시는 35갤런 쓰레기통과 재활용 통을 각 집에 하나씩 분배하고 일주일에 한번 쓰레기를 수거한다. 둘이 사는 우리 집의 쓰레기통은 1/5정도 이하로 채워진다.
세계인구 5%인 미국인이 지구 쓰레기의 1/4을 쏟아내고 있는데도 환경문제에 대한 정부의 시책이 너무 없다. 오죽하면 1990년 소비자들이 맥도널드에 압력을 넣어 재활용할 수 없는 스티로폼 컵을 사용 못 하게 만들었을까.
몇 년 전부터 사무실에서 일회용 컵과 접시를 없앴다. 각자 자기 컵을 가져오게 하고 그릇을 비치해 놓았다. 그러나 직원들이 매일 점심을 동네 카페에 주문하면 스티로폼으로 만든 커다란 도시락에 음식이 담겨온다. 반쯤 먹고 뚜껑을 닫아 쓰레기통에 던지면 금방 작은 쓰레기통에 가득 찬다. 미국에 사는 우리가 정신 차리지 않으면 이 지구의 종말을 앞당기는 일에 가장 크게 공헌하는 죄를 범할 것이다.
우리가 버린 쓰레기는 땅에 묻히기도 하고 태우기도 하고 또 태평양이나 대서양의 외딴 섬에 갖다버린 쓰레기가 산처럼 쌓인다고 한다.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에 따르면 약 800만 톤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든다. 그렇게 유입된 플라스틱은 세월이 가면서 파도에 잘게 부서진다. 물고기는 이 미세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하여 삼키고, 우리의 잘못은 부메랑이 되어 우리의 식탁으로 다시 돌아온다는 사실은 얼마나 끔찍한가!
플라스틱은 현재 우리의 생활에 너무 깊이 들어와 있다. 페트병의 물을 마시고, 플라스틱 봉지에 넣어준 물건을 마트에서 들고 나오고, 음식 찌꺼기나 쓰레기를 천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 비닐봉지에 꼭 묶어 버린다. 이 음식물은 분리수거 되지 않고 매립지로 가고 매립지 안에서 메탄으로 변하여 공기 중으로 날아간다.
나는 환경문제에 의식 있는 시민이고 싶다. 누군가가 교통법 같이 분리수거 법을 정확히 만들어 철저히 감독해 주면 좋겠다. 지금 미국 환경보호기관에서 PAYT(Pay-As-You-Throw)라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만들어 각 지역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계몽운동을 한다고 들었다. 전기요금처럼 내가 버린 쓰레기만큼만 비용을 내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이 하루빨리 안착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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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애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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