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크라멘토 수도장로교회 담임“받아들임은 평소에 해야 하는 근육운동이나 기초체력 쌓기 운동과 같은 것이다. 힘을 얻기 위해 평소에 해야 하는 힘 빼기 연습과 같은 게 받아들이는 연습이다.
평소의 내공은 중요한 시점에서 발휘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받아들임’이라는 평소의 내공은 어떤 일이 되었든 신자로서 그 일들을 잘 끝마칠 수 있는 원리가 된다. 잘 받아들이는 자가 잘 결정하고 잘 행한다.”
이 글은 필자의 졸저 <수동태인생을 살다>에 나온 것으로, 신앙인은 이미 존재하는 것과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특별히 나로서 어찌할 수 없는 인생 사안들을 잘 받아들여야 함을 강조한 내용이다. 예를 들면, 나이 들어감, 자식 문제, 또는 죽음과 같은 것들을 향한 받아들임이다.
난 안 늙고 싶지만 노화는 내 인생에 필히 찾아드는 불청객이다. 내 바람대로 되어 주었으면 하는 자식은 사실 가장 내 맘대로 안 되는 상대다. 뭘 더 말하랴, 죽음은! 죽음은 내 인생의 가장 절친한 파트너다. 그러니, 하나님을 믿는 신앙인은 물론 믿지 않는 일반인들도 이들을 잘 받아들이며 살아야지, 잘 받아들이지 않으면 피곤한 인생이 될 거라는 얘기다.
이들을 받아들이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노화를 예로 들자면, 늙는 것을 극복하기 위한 여러 장치들을 동원해 본다든지(성형수술 같은 것),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음악만 듣는다든지, 진한 색깔의 옷들만 골라 입는다든지, 또는 젊을 때 했던 과격한 운동을 더 강화시킨다든지, 아마 이런 것일 게다.
아니면, 젊은이들로부터 받는 냉대를 향해 역 냉대하면서, “난 아직도 건재해. 니들이 뭘 알아!” 하며 호통 치는 방식도 있을 것이다. 사실 이런 심보는 내게도 있는 것 같다. 최근 여러 경험들에서, 내 나이 앞 숫자에 4가 쓰일 때와 5가 쓰일 때가 그토록 다르다는 걸 실감했다.
5에 접어드니 전처럼 어디서 잘 불러주지도 않는다. 이러고 있던 차, 나와 비슷한 연배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대중가요를 우연히 접하게 되었다. 가끔 유투브에 들어가 듣는데 들을 때마다 솔직히 힘이 생긴다. 또 한 나이든 추억의 통기타가수가 이런 노래도 지었다고 한다. <너 늙어 봤냐, 난 젊어 봤단다>.
어떤 노랜지는 모르겠지만 제목만 봐도 어떤 통렬함까지 느껴진다. 하지만 이런 건 별로 건강한 받아들임의 방식은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받아들임의 방식은 내가 이른 지점(또는 시점)에 가장 격이 맞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자세이다. 나이가 들면 그 나이에 맞는 뭔가가 있다. 나이 오십이면 오십 줄에 맞는 격이 있고, 육십이면 육십에 맞는 격이 있다.
그 격을 받아들이고 거기에 맞추는 게 훨씬 더 낫다는 뜻이다. 한 지인은 자신의 나이를 외모로 극복하려고 지나치게 애쓴다. 중년이 되면 저절로 아랫배가 나오고 목살이 축 늘어진다.
그런데 그는 그렇게 되는 것 자체를 혐오한다. 그래서 더 앳되어 보이기 위해 꽉 째인 치마와 짧은 핫팬츠만 입는다. 말도 20대 젊은이들이 쓰는 용어들을 신속히 업데이트해 구사한다. 하지만 그런 그를 보면서, 난 그래서 그가 더 멋있어 보이고 젊어 보이기보다는 오히려 안됐다는 생각만 든다. 그런 식의 과도한 애씀보다는 나이의 격에 맞는 품위를 더 갖추는 게 그에게 더 필요한 걸 거라는 마음이 드는 게 비단 나만의 생각일까.
그렇다면 남은 과제는 내 나이에 맞는 ‘격’이란 게 도대체 어떤 걸까 하는 문제일 것이다. 이는 무슨 체계화된 정답 같은 걸로 존재하는 게 아니다. 그런 건 현 사회 속에 이미 불문율처럼 존재하는 것일 수 있다. 그게 무언지 잘 찾아내어 거기에 잘 맞춰 가면 될 것이다.
결론은 잘 받아들여야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나의 나이 들어감을 잘 받아들여야 한다. 하나님은 내 현재의 모습을 사랑하신다. 아니, 내 현재의 모습에 감사하는 자를 사랑하신다.
“내 나이가 어때서?” 하며 따지려들지 말고, “내 나이가 어때서!” 하며 하나님 감사합니다, 이렇게 되어야 한다. 이게 바로 막바지 중년으로 접어드는 한 목사가 하고 싶은 권면이다. 중년들이여, 이제부터 격에 맞게, 품위 있게 잘 살아가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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