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가주 산타클라라 카운티는 세계 IT산업의 심장이다. 실리콘밸리를 품은 그곳에 대승사가 있다. 1997년 11월에 문을 연 한인사찰이다. 막상 한인들의 기척이 그리 흔치 않았던 그때 그곳에 대승사를 일군 이는 정윤 큰스님이다. 다달이 융자금 갚기가 보통 아닌 가운데서도 북가주 교민의 정신적 안식처이자 수행도량을 서원하며 16년여를 하루같이 대승사를 가꿔온 창건주 겸 초대주지 정윤 큰스님이 올해 1월 입적했다.
홀연한 떠남이었다. 그러나 별다른 동요는 없었다. 홀연한 떠남을 빤히 내다본 듯 큰스님이 이일저일 차곡차곡 갈무리를 잘해둔 덕분이다. 민가를 사들여 대승사로 꾸릴 때 빌어쓴 융자금을 다 갚았고, 대승사를 미국에는 비영리 단체로 한국에는 조계종 사찰로 등록해 당신의 것도 누구의 것도 아닌 모두의 도량으로 태를 입혀놓았다. 작년 봄에는 후임주지까지 미리 정해두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22교구 본사 대흥사의 설두 스님이다.
설두 스님의 대승사 주지 취임법회가 6월1일(일) 열렸다. 제22교구장 겸 대흥사 주지 범각 큰스님과 미주지역 불법홍포에 앞장서온 전 카멜 삼보사 주지 범휴 스님이 함께한 이날 취임법회에는 대승사 불자들은 물론 북가주 여러지역 한인불자 등 약 100명이 참석했다.
사회자 무진 한형연 거사의 개회사에 이어 삼귀의례, 반야심경, 찬불가, 경과보고, 신임 주지스님 약력보고(팸플릿 자료 대체) 뒤 범각 큰스님은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을 대신해 설두 스님에게 대승사 주지 임명장을 수여했다. 산타클라라 대승사는 대흥사의 말사로 등록됐다. 이어 화동 2명으로부터 축하 꽃다발을 받은 뒤 설두 스님은 취임사에서 정윤 큰스님의 유지를 받들어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한국 전통양식으로 불사 ▲미래불자 위해 어린이법회 활성화 ▲항상 열려있는 실천도량화 ▲불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도량화 ▲교육 자비 봉사에 역점 등 다섯가지를 약속하며 “저는 그냥 관리자일 뿐 주인은 여러분입니다. 항상 내집처럼 애정을 가지고 동참해 주시기 바랍니다”고 당부했다.
범휴 스님은 축사를 통해 ‘대승’의 뜻을 되새기며 “(대승사의) 실제 주인은 여러분”이니 “함께, 크게 가자”고 불자들의 자발적 동참을 다시금 강조한 뒤 “대승사가 미국포교의 최첨단 사찰로 성장”하기를 기원했다. 불자대표로 내빈축사에 나선 최정일 거사는 “설두 스님이 오신지 한달만에 앞뜨락 뒤뜨락이 새로 단장됐고 앞으로도 개선될 것”이라고 놀라움과 기대감을 표한 뒤 “더 넓은 마음과 낮은 자세로 가르침을 배워나가는 불자가 되자”고 호소했다.
범각 큰스님은 증명법어에서 “한국에서는 결재기간이지만 설두 스님의 간곡한 부탁에다 (설두 스님을 출가의 길로 이끈) ‘보’자 ‘선’자 큰스님의 명을 받들어 오게 됐다”고 말문을 연 뒤 대흥사를 방문한 정윤 큰스님이 대승사에 대해 설명하며 “교민들을 위한 공찰로 만들고 싶다는 말씀을 하시더라”며 “우리 스님네들이 입만 열면 무소유 무소유 이야기하면서 실천하기는 쉽지 않은데 존경심이 우러났다”는 비화를 소개했다.
설두 스님에 대해서는 “사숙 때부터 봐왔는데 다양한 능력의 소유자”라며 “아까 설두 스님의 다짐대로 대승사가 언제든지 문이 열려있는 사찰”로 더욱 도약할 것을 축원했다. 범각 큰스님은 또 주지의 소임으로 ▲가람수호 ▲불법홍포 ▲복지향상을 들면서 “대접받는 불교가 아니라 나란히 서서 함께하는 불교가 되어야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큰스님은 아울러 신도가 아니라 불자, 즉 부처님의 아들딸이라는 자세로 공부의 힘, 수행의 힘, 정진의 힘을 길러 경계에 부닥쳐도 수처작주할 것을 신신당부했다. 임진왜란 당시 서산 큰스님과 승병의 역할, 서산 큰스님과 대흥사의 인연 등을 소개하며 “(한국을 방문하면) 언제든지 대흥사에 오셔서 평온을 찾아가시라”는 말도 곁들였다.
증명법어 뒤에는 새싹불자 강이재 양의 노래와 박원-박서현 남매의 악기연주, 자비행 보살과 이미숙 보살의 축가가 이어졌다. 사회자 한형연 거사의 공지사항(해우소 불사, 공양간 불사, 어린이법회 불사, 한국식 절 불사 등 불사계획과 인등접수), 사홍서원, 폐회사, 산회가로 취임법회를 마무리한 스님들과 불자들은 대승사 현관 앞에 모여 현판식을 거행했다. ‘대한불교 조계종 22교구 말사 대승사’라고 쓰여진 가로현판은 김현태 거사가 손수 쓰고 깎아 보시했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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