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만들어진 달력의 5월을 펼치면, 5월은 가족, 사제지간, 노사관계등 중요한 사람들의 날들과 주일로 꽉 차있는 느낌이 든다. 순서대로 나열하면 근로자의날(5월1일), 어린이 주일(5월4일), 어린이날(5월5일), 성년의 날(5월19일), 세계인의 날(5월20일), 그리고 부부의 날(5월21일) 등이다. 그런데 물론 할아버지, 할머니 날은 없다. 물끄러미 5월 달력을 훌터보다, 갑자기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 왜 할아버지 할머니 날은 없는가? 그리고 그것은 공정하지 못하다는(영어식으로 It is not fair)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명칭은 간단히 ‘조부모의 날’로 해서 하루를 끼어 넣어야 되지 않겠나 싶어 이글을 써서 제안하고자 한다.
나와 내 아내는 비교적 일찍 외할아버지와 외 할머니가 된 셈이다. 첫딸이 대학을 졸업하자 마자 시집가서 두 딸을 내리 낳는 바람에 졸지에 준비도 없이 외할아버지 와 외 할머니가 되었다. 거리상 딸네집과 우리집이 30~40분 거리라 자연히 애들을 낳을때부터 바빠지기 시작했고 지금 큰애가 4살, 작은애가 3살 인데도 일은 조금씩 줄어 가지만 외 조부모의 역할은 계속되고 있다. 안식구는 안식구대로 외할머니 역할을 톡톡히 해 내느라 바쁘다. 그들이 오는 날이면, 아내는 과일이나 식사준비 (외손녀들이 김밥말이 와 된장찌개를 좋아 하는데 흰쌀밥은 꼭 새로 해야되고, 된장국은 두부와 버섯등을 넣고 매운고추는 빼고 다시 끓이는 등)와 다른 간식 준비에 바쁘고, 심지어 양말이 더러워지고 먼지가 있으면 안된다고 청소까지 할때면 나도 그 치다꺼리에 마음이 바쁘고 같이 놀아주며 신경쓰노라 내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시댁쪽으로 할아버지가 없기 때문에 나의 할아버지로서 역할은 더 숨은 비중이 크지 않을까 생각해서 더 잘하려고 애쓰고 있다.
많은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느끼듯이 손자 손녀를 돌보는 것은 때로는 힘들고 고되지만, 그런대로 보람되고 즐거운 일이다. 특히 노년에 겪어야 되는 어려움 가운데 고독은 건강을 해치고 수명을 단축시킴으로 노인들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연결망을 구축하고 가족관계를 확대하며 신체적인 활동도 증가 시키는 것이 육체적, 정신적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관점에서 볼 때, 손자 손녀들을 돌보는 것이 오히려 유익됨을 알수 있다. 특별히 이민사회에서 손자손녀들에 대한 조부모의 역할은 독특한 비중을 가진다고 생각된다. 아버지 어머니가 같이 맞벌이를 해야 되는 상황에서 부모들이 못다하는 부분을 채울 수 있는 일을 조부모님들이 할 수 있다. 음식챙겨주는 데서부터, 나이가 어렸을 때 평생살 기반을 다지는 시기에 사랑을 베풀어 원만한 성격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줄 수 도 있고, 한국어를 가르치며, 존댓말을 쓰는 등 한국식 예절을 가르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할아버지 할머니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한국어를 더 잘하고 나중에는 한국의 뿌리 찾기가 수월하다는 얘기를 흔이 듣는다. 유대인들은 온 식구가 모여 성경공부를 모국어로 하는 데 전연 문제가 없다니 얼마나 부러운 일인가?장수시대를 맞아 노인 인구도 점점 늘어나며, 할머니 할아버지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숫자도 늘어나고, 더 오랜 기간 그 일을 할수 있는 기간도 길어질 것이다.
더구나 의학계와 심리학자들의 말대로 “오늘날의 노인들은 대체로 건강하며 상당한 수준으로 일할 수 있고 두되활동은 정상적이며 경제적 여유까지 있어 쉬기엔 너무 아깝다.” 그렇다면 이 힘을 손자손녀 돌보는데 쓰는 것은 가장 아름답고 보람된 일이 될것이다. 성경에도 “손자는 노인의 면류관이요 아비는 자식의 영화니라”(잠언17:6)고 했고 예레미야는 “청년과 노인이 함께 즐거워 하리니”라고 하며 슬픔이 변하여 기쁨이 되는 많은 일들 가운데 포함시켜 노래하고 있다. 10월2일이 “세계노인의 날”이란 얘기를 들었다. 그러나 가정의 달, 모든 행사들이 있는 가운데, ‘조부모의 날’을 넣어 그 의미를 상기시키고 조부모님께 감사와 존경을 표하는 일을 특별히 강조하면 어떨까해서 제안해 보는 것이다.
각 교회에서 알아서 교회안에 경로사상을 확장하여 가면서 그 일환으로 조부모를 생각하며, 한 주일을 정해서 잔치도 베풀고 감사하는 날로 정하고 그것을 확대해 나가면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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