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나를 뛰어 오르게 해” 라며 요즘 라디오에선 Bounce 라는 노래가 자주 들린다.
조현숙의 조형작업 ‘별을 바라보며 (When you wish upon a star)’<사진> 를 만난 날 그 작업은 나를 뛰어 오르게 했고 그 작업을 생각할 때마다 선뜻 마음이 열리고 깨끗해지고 기쁨이 샘솟는다. 좋은 작업엔 그런 에너지가 있다. 눈과 마음을 씻어주고 깨끗이 하고 눈처럼 하얀 마음의 순결을 되찾아주고 비상의 에너지가 있어 어디론가 쏜살같이 날아오르게 한다.
무척 아름다운 작업이다. 눈꽃 같기도 하고 하얀 그릇 같기도 하다. 방을 분리하기 위해 세워진 흰 벽에 이 작업들이 걸려있는데 흰 꽃처럼 찬란하고 맑은 작업들이 수 없이 꽂혀있는 벽은 본래의 벽에서 탈주하여 다른 시 공간으로 변해있다. 그녀의 작업을 보는 사람은 완전히 새로운 시 공간의 경험으로 흰 벽 앞에 서 있게 된다. 무엇일까 이 새로운 감각 경험은?몇 백 광년을 지나온 한 줄기 별빛이 우리 시선에 닿는 순간 아! 하며 느끼는 아름다움과 기쁨의 찰라적 순간, 별과 시선이 만나는 기쁨의 순간을 조형적으로 시각화하는 놀랍고도 가상한 노력... 그녀의 작업은 여러 차원에서 첨예한 도전정신에 기인하고 있다.
‘신이 있다면 시간일거야’ 라고 그녀는 말했다.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지만 흐르는 시간에 대해 그녀는 오래 오래 사색해왔다.
순간이라는 시간을 조형화하여 그 조형물 앞에서 <순간>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저 먼 별세계의 무한한 속도와 공간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순간에 모든 것이 다 있으며 사라지는 삶의 지혜가 드러날 수 있도록 그녀의 손끝에서 탄생한 거의 투명하도록 얇은 도자기 질료는 단단하고 불투명한 본래의 모습에서 탈피하여 마치 하얀 종이처럼 가볍고 예리하다. 그토록 얇게 빚어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을지 가히 상상할 수 있다.
한 나무에 수많은 꽃이 피어도 다 같지 않듯이 수많은 조형물들이 함께 있는데 모두 하나 하나 존재의 밝은 빛을 발하고 맑고 투명한 소리가 나는 듯하다. 꽃인가 하면 꽃이 아닌 현대적인 기하학선을 지닌 조형물이고 눈처럼 하얘 들여다보면 빛이 스며든 흰색은 여러가지 예민한 다른 흰색으로 빛난다.
불투명한 원래의 질료를 빛이 새어들 수 있도록 얇게 빚어내어, 햇살이 비추어 만들어지는 그림자 앞에서 <시간>을 발견하게하고 자꾸 비어내어 절대적 <무>에 달한 미니멀리즘의 조형의식을 뛰어넘어 창조해야하는 현대조각의 고민을 아름답고 찬란하게, 가볍고 투명하고 고졸하게 극복해 내었다.
현대미술이 미니멀리즘이라는 정점에서 다시 창조하는 모색일진데, 작가들이 혼신을 다해 비우고 비워도 작업에 무엇을 더 할 수는 없는 것, 거기에서 탄생되어야 하는 작업은 마치 새싹이 돋거나 태초의 생명이 태어나거나 숨을 쉬는 것 같이 가장 근원적인 생명의 태동이어야 한다면 그녀의 작업은 현대미술을 오래 숙고하여 근원적 의문을 다시 한 듯 맑고 드높고 찬란하다. 마치 번데기에서 나비가 날아오르는 최초의 순간을 조형화한 듯 지난 30년 거의 무감각하다고 느껴지기도 했던 미니멀 원형들을 빚고 또 빚어 오다가 마침내 피어난 꽃들, 오래고 고된, 외로운 길을 홀로 걸어온 그녀의 작업하는 삶과 별을 바라보는 <순간> 이라는 초감각적 아름다움을 지닌 감성적 지성체로서 그녀의 작업이 이 지리한 시대의 한 공간을 밝히고 있다.
우리 조상들의 작업을 들여다보면 현대미술의 미니멀리즘은 애초에 뛰어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가장 간결하나 숨 쉬고 있는 것, 가장 단순하나 그 속에 영원한 아름다움을 꽃피워낸 조상의 가장 비범한 마음을 깨쳐 현대조각으로 재창조한 친구의 작업을 보며 고단한 이민생활 중에 끝없이 별빛과 시선과 마음을 사색해 그토록 명증하고 알 수 없는 기쁨으로 환한 작업을 창조한 친구의 맑은 외로움이 느껴져 울컥했다.
<극찬>이 터져 나오는 동시대의 작업을 만난 것이 기뻐 마음이 다시 뛰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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