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식사 자리에서 오랜만에 반가운 친구들을 만났다. 워낙 말수가 적기로 유명한 친구가 웬일로 열변을 토하다가 갑자기 기침을 한다. 두 번 세 번 캑캑거리는 기침이 계속되고 모두 조금 긴장한다. 나는 하임리히 응급처치법을 마음속으로 복습한다. 다행히도 목에 걸렸던 이물질은 마지막 기침과 함께 나오고, 친구는 겸연쩍은 헛기침 몇 번으로 상황을 마무리한다. “말주변도 없는 놈이 말을 많이 하니까 그 사달이 나지!” 등 한번 치고 넘어간다.
사레들리는 일은 그렇게 드물지 않지만 사실은 자칫 죽을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다. 식도를 통해 위장으로 내려가야 할 음식물이 바로 옆길인 후두로 빠져서 기도를 막을 때 일어난다. 사레에 들리면 재채기와 기침을 해서 이물질을 내보낸다. 재채기와 기침으로도 이물질이 튀어나오지 않고 계속 기도를 막고 있으면 산소 부족으로 죽기까지 별로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기도가 완전히 폐쇄되면 5분 후에 뇌가 손상되기 시작하여 10분 정도 지나면 뇌사상태다. 우리가 일생을 통하여 숨 쉬고 말하고 먹고 마시기를 얼마나 많이 하는데 먹을 때마다 죽기를 각오하고 먹는 셈이니 참으로 부실하게 만들어진 몸이다.
그런데, 우리만 그렇다. 대개의 동물은 사레에 들리지 않는다. 들이마신 공기는 기도를 통해 허파로 가고, 물과 먹이는 식도를 통해 위장으로 간다. 입천장에 가까이 붙은 후두에는 후두덮개라는 뚜껑이 있어서 음식물은 식도로, 공기는 기도로 유도한다. 후두덮개는 기차가 선로를 변경할 때와 비슷한 방식으로 문제없이 교통정리를 해낸다.
다른 동물과는 달리 사람의 후두는 교통 정리하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따진다면 후두는 억울하다. 사람의 후두는 제대로 교통정리를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입천장에 가까이 붙어서 일찌감치 교통정리를 할 수 있는 여느 동물과는 달리 사람의 후두는 훨씬 식도 아래쪽으로 내려와 있다. 음식물과 공기가 동시에 후두에 닿을 즈음이면 이미 뒤섞여서 음식물이 식도가 아닌 기도로 빠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들이마신 공기가 기도가 아닌 식도로 빠져나가면 트림이나 방귀로 다시 나오지만, 음식물이 식도가 아닌 기도로 빠져나가면 죽을 수도 있을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 된다.
사람 역시 태어날 때는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제 기능을 다해서 교통정리를 해내는 믿음직한 후두를 가지고 있었다. 그 덕분에 젖먹이 아기들은 하루 종일 숨을 쉬면서 동시에 젖을 먹어도 사레에 들리지 않는다. 갓난아이들은 후두가 입천장 가까이 붙어있어서 젖은 식도로, 공기는 기도로 제대로 보내기 때문이다. 아기가 사레에 걸리기 시작하는 지점은 옹알이가 활발해지고 말을 시작할 때, 입천장 가까이 있던 후두가 조금 더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때와 엇비슷하다.
후두는 왜 내려갔을까? 후두가 내려간 대가로 얻어진 것은 목소리 통이다. 사람은 다른 동물들에 비해 목소리 통이 크다. 그리고 이렇게 커진 공간을 이용해서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언어를 만들게 되었다. 사람은 언어를 통해 생각하고 다른 사람과 소통한다. 언어를 통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세계와 만난다. 인간 문화는 언어에서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언어의 발달은 과연 생명을 내놓을 만큼 중요했다. 안데르센의 동화에 나오는 인어공주는 두 다리를 얻기 위해 목소리를 내놓았지만, 사람은 목소리를 얻기 위해 믿음직한 후두를 내놓은 셈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이 오래된 거래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된다. 지난주에는 집안 어르신들까지 모인 저녁 식사가 있었다. 구순(90)을 바라보는 어르신이 식사 중에 갑자기 구역질을 시작하셨다. 민망해하실까 봐 모두 모르는 척하는데, 어르신이 다급히 손가락을 입안으로 가져가셨다. 순간 사태를 파악한 가족이 재빨리 어르신을 등 뒤에서 껴안고 하임리히 응급처치를 시행했고, 기도를 가로막았던 음식물이 튀어나왔다. 천만다행이었다.
노년이 되면 열변을 토하지 않아도, 웃지 않아도, 사레에 더 자주 들린다. 노화로 인해 그렇지 않아도 원래 부실한 후두덮개의 기능이 더 부실해지고 삼킴근육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이가 빠져서, 틀니를 하지 않아서, 혹은 씹기 힘들어서 덩어리째 삼키려다가 사레에 들린다. 이제는 뭔가를 먹으면서 말하는 일은 위험한 행동이 된다.
고령화 사회가 되어 어르신들이 함께하는 모임이 늘어나는 요즘, 하임리히 응급처치법을 다시 한번 익혀두는 것은 필수다. 그리고 이미 어르신이 되었다면, 식사 시간에는 말을 줄이고 다른 사람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일 때다. 음식을 천천히 씹어 삼키듯, 세상의 소리도 천천히 음미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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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희 UC 리버사이드 교수 인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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