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자동차 판매 촉진을 위해 야심차게 시작한 ‘중고차 현금보상(cash for clunkers)’ 프로그램이 시행 1주일도 채 안돼 예산 부족으로 좌초 위기에 놓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넷판이 31일 보도했다.
미국 교통부 관리들은 30일 미 의회 의원들에게 이 프로그램의 시행을 이르면 31일부터 유예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의회 관계자들이 말했다.
중고차 현금보상 프로그램은 중고차를 팔고 연비가 높은 새 차를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최대 4천500달러까지 지원하는 정책으로, 자동차 시장 활성화와 차량 연비 개선을 위해 지난 24일부터 시행됐다.
지난달 이 프로그램을 승인한 미 의회는 지원금으로 배정된 10억달러로 수개월은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프로그램의 만료 시점을 오는 11월1일로 잡았다.
이 프로그램은 시행 직후 자동차가 날개돋친 듯 팔려나가면서 경제위기 이후 미국 정부가 내놓은 가장 성공적인 경기부양책이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시장조사기관인 JD파워의 게리 딜츠의 경우 당초 이 프로그램의 적용을 받게 될 자동차의 판매량을 4만대로 예상했으나 이를 11만대로 상향 조정했다.
자동차회사 포드의 중고차 웹사이트도 방문자 수가 100만명을 넘었으며 제너럴모터스(GM)의 중고차 웹사이트도 75만명이 조회하는 등 소비자들의 관심도 예상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예상 밖의 성공이 오히려 암초가 됐다. 미국의 자동차 딜러들은 이 프로그램 예산이 조기에 동날 것으로 보고 프로그램을 적용받는 자동차 매매 계약을 자제하는 등 ‘몸사리기’에 들어갔다.
이런 가운데 교통부가 이 프로그램의 시행 유예를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지자 미국 정부는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30일 이 프로그램과 관련된 상황을 검토하고 있다며 자동차 딜러와 소비자들은 이 프로그램에 따라 이미 체결된 계약은 보호받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익명을 요청한 교통부의 한 관리도 미 의회와 백악관 등과 함께 이 프로그램이 계속 시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AP 통신에 밝혔다.
WSJ는 그러나 미국 정부는 재정 적자가 심각한 상황에서 의회로부터 이 프로그램에 대한 추가 재정 지원을 받기 어려운데다 프로그램 중단 시 초래될 소비자와 자동차업계의 역풍에 대한 우려로 난처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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