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미국에서 집을 잃은 노숙자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촌장을 두고 자율규약까지 만들어 살아가는 노숙자 전용 텐트촌이 생겨나 관심을 끌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31일 보도했다.
화제의 텐트촌은 미국 동부 로드아일랜드 주(州)의 프로비던스 시내의 폐교량 밑 강가에 80여명의 노숙자가 모여 사는 곳.
최근 2명이 싸움을 했다가 자율규약을 어겼다는 이유로 쫓겨나기까지 했다.
또 텐트촌에는 다른 노숙자들이 모인 곳과는 달리 모든 사람은 노동을 함께 해야 한다는 규약도 있다.
떨어져 있는 플라스틱 물병이 있으면 주어어야 한다. 얼마전 한 젊은 노숙자는 촌장의 엄명에 따라 물병을 줍는 일도 있었다.
타임스는 미국 전역에 텐트촌이 여기저기 생겨나고 있지만 이런 곳은 없다고 전했다.
이 텐트촌의 촌장은 존 프레이터스(55). 그는 여자친구 및 다른 커플과 함께 폐교량이 비를 피할 수 있게 해주는 이곳에 지난 4월 초 텐트촌을 만들었다.
이후 사람들이 하나, 둘 몰려들면서 지난 6월말에는 그 수가 50명으로 불어났다. 당시 텐트촌 거주자 일부가 프레이터스의 촌장으로서의 역할에 문제를 제기해 그가 물러나자 음식이 도둑맞는 등 문제가 발생했다. 그러자 사람들은 다시 투표를 해 그를 촌장으로 다시 복귀시켰다.
텐트촌 사람들은 또 5명으로 구성된 지도위원회를 설립했고 자율규약도 만들었다. 규약의 핵심은 ‘전체의 뜻을 능가하는 개인은 있을 수 없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텐트촌이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주 정부 관계자가 텐트촌을 방문해 이곳을 지켜주는 폐교량이 콘크리트 붕괴 위험으로 철거될 예정이라며 거주자들이 조만간 모두 이곳을 떠나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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