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 인권·사생활 침해”
불치병 40대 여성 승소
불치병인 다발성 경화증을 앓고 있는 영국인 데비 퍼디(46·여)는 스위스의 안락사 지원 전문병원인 디그니타스로 `죽음의 여행’을 떠나는 것을 심각히 생각해 왔다.
마음 같아서는 벌써 실행에 옮겼겠지만 그녀는 남편이 자신의 안락사를 도와줄 경우 처벌받게 될까 두려웠다.
안락사를 금지하고 있는 영국법은 만일 그녀의 남편이 안락사를 도와준다면 최고 14년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돼 있다.
퍼디는 결국 지난해 남편이 자신의 안락사를 도울 경우 처벌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퍼디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대법원은 30일 그녀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이 날 “(안락사 지원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은) 법률이 명확하지 않다”며 “이로인해 법이 개인의 사생활과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법조항을 바꾸는 문제는 의회의 몫이지만 검찰은 (안락사 지원자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것과 관련된 규정들을 좀 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또 “유럽 인권협약 8조 규정에 따라 퍼디는 자신이 어떻게 죽을지를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판결했다.
스위스 디그니타스에서 안락사를 택한 영국인은 2003년 15명에서 2006년 26명으로 늘었고 2008년부터 최근까지 모두 33명에 달하는 등 모두 115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또한 800명 가량의 영국인이 디그니타스 회원에 가입해 `죽음의 여행’을 준비할 정도로 안락사를 도와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영국 법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돼 왔다.
지난 10일에는 시력과 청력을 상실한 영국의 저명 지휘자 에드워드 다운스(85)가 말기 암 진단을 받은 부인 조앤(74)과 함께 디그니타스를 찾아 자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목숨을 끊어 영국 내 안락사 금지 논란에 다시 불을 지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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