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선수가 지난 1월13일 USC에서 훈련을 마치고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LA 연습장면 지켜봤던 수영 전문가들
전력 노출·느슨한 훈련 “어이 없었다”
“USC서 함께 훈련한 선수들은 그때 다 알고 있었습니다. 이번에 박태환은 안 된다는 것을요.”
로마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자유형 400m와 200m에서 모두 예선 탈락해 엄청난 충격을 안겨준 박태환의 몰락이 그의 훈련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본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미 예견됐던 것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불과 1년도 안되는 사이에 올림픽 챔피언에서 결승에도 못 올라가는 수준까지 추락한 데는 이유가 있었던 것. 그것은 바로 선수 자신의 나태함과 박태환 전담팀의 철저한 ‘무 개념’ 감싸기가 결합돼 발생한 재앙이었다.
미 수영계에 정통한 한인 사이먼 김씨는 28일 본보와 통화를 통해 올해 두 차례에 걸쳐 USC에서 전지훈련을 한 박태환에 대해 전해 듣고 “정말 큰 일 났다”고 걱정했었는데 우려한대로 결과가 나왔다며 탄식했다. 박태환은 전지훈련 기간내내 속된 말로 ‘죽도록’ 다그치는 한국의 스파르타식 훈련에서 벗어난 것으로 인해 긴장이 풀어진 모습이 역력했고 실제 훈련을 통해 얻은 것보다는 경쟁상대인 미국선수들에게 자신의 장단점을 완전히 노출당해 더 쉽게 공략당할 수 있는 빌미만 제공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박태환이 USC 수영팀의 데이브 세일로 감독에게 레슨비를 지불하고 USC에서 두 차례에 걸쳐 전지훈련을 한 것은 애당초 잘못된 발상이었다. 미 대표팀의 여러 선수들을 직접 키워낸 세일로 코치가 돈을 내고 배우겠다는 선수를 거절할 이유야 없지만 그렇다고 자기 제자들에게 가장 위협적인 대상인 박태환을 악착같이 지도할 이유도 전혀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미국의 훈련방식은 단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선수 자신이 자신을 채찍질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기에 코치의 강한 채찍질에 익숙한 박태환으로선 느슨한 분위기에 적절하게 적응하기가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그로 인해 박태환은 USC에 있는 동안 사실상 호텔과 수영장을 오가며 ‘습관적인’ 훈련을 했고 자신도 모르게 세계 정상에 올랐다는 자만과 나태함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는 것. 그 모습을 지켜본 USC 수영팀의 관계자들은 모두 이번 대회에서 박태환이 어려울 것을 예상했었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박태환에게 이런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하며 ‘쓴 소리’를 해 줄 통로가 완전히 막혀 있었다는 것이다. 스폰서 SK텔레콤이 박태환 지원을 위해 만든 ‘박태환 전담팀’은 보호라는 명목아래 그의 주변을 차단하고 외부인에 대해선 극히 제한적인 접근만을 허락했다.
박태환 훈련모습을 지켜본 미주한인 코치는 “왜 선수가 저 지경이 되도록 아무도 이야기를 하지 않느냐”며 분통을 터뜨렸지만 수영에 대해선 문외한인 전담팀 사람들은 “잘하고 있는데 왜 그러느냐”면서 말도 꺼내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이 전담팀은 화보촬영 등 박태환을 ‘상품’으로 관리하는 데는 열을 올리면서도 그가 선수로서 정작 무슨 도움이 필요한 지에 대해선 완전히 무지했던 것이다.
박태환은 이제 겨우 만 19세다. 아직 갈 길이 창창하다. 하지만 현재 사고방식으로 가면 희망은 없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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