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진구
북가주로 여행을 떠나려던 한인 김진수(48)씨는 최근 LA 국제공항(LAX)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김씨의 영문 이름이 공항 당국에 올라가 있던 범죄용의자의 이름과 유사해 확인과정이 필요했던 것. 신원확인 작업이 끝날 때까지 20분 이상 기다린 김씨는 공항 직원으로부터 자초지종을 설명 듣고 수긍이 됐지만 LA로 돌아오면서도 똑같은 일을 다시 겪는 ‘이중고’를 치렀다.
공항서 테러 용의자 오인 신원확인 진땀
난데 없이 ‘페이먼트 밀렸다’ 카드사 독촉
한인들 이름 끝자 ‘미들네임’간주해 혼란
김씨는 “공항 직원에게 항의했더니 연방항공국에 직접 편지를 보내 자신의 이름을 범죄용의자 명단에서 제외시켜 달라고 요청하라는 설명을 들었다”며 “나와 이름이 같은 범죄용의자 때문에 항공기를 탈 때마다 이런 과정을 겪어야 한다는 게 기분이 찜찜하다”고 말했다.
타인과 비슷하거나 유사한 이름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한인들이 늘고 있다. 가장 흔한 해프닝은 관계 당국이나 기관이 개인의 이름 끝자를 ‘미들네임’으로 간주해 버려 동명이인으로 오인 받는 경우다.
렌트, 유틸리티, 할부액 등이 체납될 경우 렌더 또는 관계기관은 연체자들의 소셜 번호, 이름, 주소 등을 토대로 신용평가 기관에 연체 내역을 보고하는데 이 과정에서 엉뚱한 사람의 기록이 올라가는 피해를 보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 한인들은 성과 이름이 비슷하고 같은 지역에 모여 사는 경우가 많아 비슷한 주소, 심지어 같은 아파트에 동명이인이 거주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관계기관이 영문 철자나 아파트 호수만 잘못 등록해도 연체 기록은 엉뚱한 사람의 것으로 둔갑해 버린다.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박모(33)씨는 “같은 아파트에 살았던 이름이 비슷한 ‘박진화’라는 사람이 자동차를 구입한 뒤 내지 않은 할부금이 내 크레딧 리포트에 올라가 이를 바로잡는데 3개월이나 걸렸다. 유닛도 다른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망가진 크레딧을 바로잡는데 걸리는 시간은 최소 2개월. 렌더에게 연락, 기록이 본인의 것이 아님을 입증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회사에 따라 일주일에서 한달까지 걸리는 경우도 있으며 이후 3대 신용평가 기관에 잘못된 크레딧 기록을 알리고 조사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도 한달 이상 걸리기 일쑤다.
더 심각한 문제는 유사한 이름으로 인한 피해를 막을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데 있다. 하지만 예방은 힘들더라도 피해를 당했을 경우 반드시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길옥빈 변호사는 “반드시 컬렉션 회사나 융자기관, 정부기관 등에 본인이 아니라는 내용을 기술한 문서를 보내야 한다”며 “그래도 해결이 되지 않을 경우 소비자 보호국에 항의하거나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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