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2차 핵실험 강행으로 동북아시아가 다시한번 불안정 국면을 맞았고, 오바마 행정부 역시 또 다른 위기에 직면했다. 이번 실험은, 북한이 2달 전 실시한 미사일 실험, 그리고 1953년 정전협정을 전면 부인한 최근의 성명과 마찬가지로, 오바마 행정부에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것이자 내부적, 국내적 이유로 인해 실행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 정권은 지금 불안정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정일 자신은 정권 장악 20년 전에 이미 김일성 주석의 후계자로 발표되어 주요 내부 지지층을 구축할 시간과 정통성을 가졌고, 어떤 필연성의 후광을 조성, 북한 인민들이 그를 차기 통치자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가 없게 만들었다.
지난 해 김정일의 건강이상은 후계 구도 구축에 확실하게 박차를 가했고, 북한 엘리트들은 장차 자신들의 이해를 보호하고 권력의 줄을 잡기 위해 소위 ‘궁정 정치’에 개입하고 있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
김정일이 아직 후계자를 결정하지 않았다는 것은 후계 후보자들 중 아직 누구도 확실한 선택이 될 만큼 충분한 지지를 구축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그 결과 내부 분파와 차후 지도자 계층은 김정일 일가에 대해 얼마나 충성심이 깊고 얼마나 민족주의적인지를 내보이고 증명하느라 혈안이 되어 있을 것이다.
후계구도 구축을 둘러싼 이같은 정권내부의 불안정성은 결과적으로 장기적 계획과 전략적 비전을 어렵게 할 것이다. 아울러 김정일 일가와 북한 정권에 대한 파당간 충성 경쟁이 격화하면서 민족주의적 강경 일변도로 나갈 개연성이 높다.
북한이 1953년 정전협정을 지키지 않겠다고 발표한 최근의 도발적 행동은 북한 정권이 외부세계 보다 내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또 다른 증거이다. 서해에서 사소한 충돌들은 있을 수 있겠지만 북한이 정말로 전면전을 시작할 의도가 있다고 보는 시각은 거의 없다.
하지만 최근 북한의 호전적 언행으로 볼때, 특히 도발의 성격이 점점 격화되고 균형을 잃고 있는 점을 볼 때, 북한 정권은 더 이상 외부 세계에 대한 전반적 대응전략의 일환으로 의도된 외적 효과를 노리고 특정 행동들을 하는 것 같지는 않다.
김정일의 건강이 확실하게 약화한 지금, 최근 북한의 움직임은 내부 갈등의 심화를 시사한다. 유감스러운 것은 후계 구도가 불분명한 가운데 북한의 엘리트들이 김정일 체제에 대한 충성 경쟁을 강화할수록 도발 행위는 늘어나고 외부로부터의 영향력은 점점 약화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미국 정부는 북한에 대해 과민 반응하는 대신 반응을 자제함으로써 적절하게 대처했다. 미국이 지나치게 강경하게 반응한다면 평양의 강경파들에게만 유리할 뿐이다. 이를 통해 자신들의 행동을 합리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감스러운 현실은 오바마 행정부와 동북아 다른 정부들이 취할 수 있는 정책 범위가 매우 제한되어 있다는 것이다.
북한 정권을 바꾸기 위해 군사행동을 단행하고 싶어 하는 국가는 없다. 대가로 치러야 할 인명피해와 재정적 손실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아울러 어느 나라도 핵 보유 북한과 공존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오바마 행정부와 이명박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정책은 많지 않다. 온건한 경제제재와 수사적 압력, 그리고 어떤 형태의 조용한 외교정책 정도다.
북한이 후계자 문제를 속히 해결한다면, 현 정권은 아마도 계속 살아남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반면 김정일 왕조의 내부 붕괴가 시작되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렇다면 동북아 국가들은 정권 붕괴 시 필히 발생할 혼돈사태에 대비, 관련 계획들을 검토하기 시작할 필요가 있다.
데이빗 강/ USC 한국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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