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주말이 즐겁다.
사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스포츠팬인 기자는 주말이면 아내의 눈치를 보면서 TV 스포츠 중계 스케줄을 살피느라 여념이 없다. 지난 연말 그토록 원했던 플랫 스크린을 구입했는데 이 귀여운 친구가 제공하는 HD 영상으로 LA 레이커스 경기를 시청하고 있으면 마치 내가 관중석에 앉아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요즘에 더욱 주말이 그리워지는 이유는 주말마다 한인 선수들의 경기를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한 주전에는 하인즈 워드가 소속된 피츠버그 스틸러스를 아이들과 함께 열렬히 응원하면서 수퍼보울을 시청했으며 지난 주말에는 김연아 선수의 4대륙 피겨선수권대회 동영상을 찾기 위해 인터넷을 뒤졌다.
주말마다 중계되는 PGA 골프대회에서는 최경주를 필두로 앤소니 김, 케빈 나, 양용은, 찰리 위 그리고 LA 출신 제임스 오 선수들을 TV를 통해 만날 수 있다. 특히 케빈 나 선수는 지난 2000년 PGA 퀄리파잉 스쿨 통과 직후 기자가 첫 번째 언론인으로 그를 인터뷰를 했는데, 일주일 전 애리조나에서 열린 PGA 대회 마지막 홀에서 9피트의 버디펏을 만들지 못해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는 모습은 정말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70년대 말 처음 이민을 왔을 당시에는 TV는 고사하고 신문지면상으로도 한인 선수들의 모습은 찾기가 거의 불가능했다. 80년대 초반 중학생이었던 기자는 일본 투어 스타였던 구옥희 선수가 한인으로서는 처음으로 LPGA 투어 멤버로 조인하면서 그의 팬이 되었으며 골프에도 관심을 갖게 됐었다. UCLA 풋볼팀의 전설적인 키커 존 리 선수의 활약을 보면서 UCLA 자체에 매력을 느끼게 됐으며 그 학교가 모교가 되고 말았다.
그 당시 존 리 선수의 활약은 정말 대단했다. UCLA 풋볼팀은 상대진영 30야드 라인에 들어서면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패싱 플레이를 자제하고 러닝 플레이를 고수할 만큼 존 리의 필드골 정확성은 자타가 공인했다. 지금도 그의 대학 커리어 필드골 정확도(92번 시도 79개 성공, 85.9% 성공률)는 NCAA 최고 기록으로 남아 있다. 지난 2001년 UCLA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존 리는 1986년 졸업 후 당시 세인트루이스에서 적을 두고 있던 NFL 카디널스에서 선수로 뛰기도 했다.
그 후 박찬호, 박세리, 김병현, 박지은, 김미현, 최경주 등 미국에서 활약하는 수많은 한인 스포츠 스타가 배출되면서 이제는 주말 스포츠 TV 중계에서 한인 선수의 경기를 못 보는 것이 예외가 되어 버렸다. 골프나 야구는 물론 박지성 선수의 경기가 축구 채널이나 스패니시 채널을 통해 중계되고 격투기 팬들이 열광하는 데니스 강 등 한인 선수들의 모습이 자주 TV에 등장한다.
오는 주말에는 LPGA 시즌 개막전이 하와이에서 열리는데 미셜 위와 신지애 선수가 이 대회에 출전한다고 한다. 이제 월요일인데 벌써부터 주말이 그리워진다.
백두현
특집2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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