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대한 반감이 컸던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0년대 초반 인구에 회자됐던 우스개 소리를 하나 소개한다. 신약성서 요한복음에 나오는 간음한 여성 이야기를 빗댄 것이다.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 음행 중에 현장에 붙잡힌 여자를 끌고 와서 가운데 세우고 예수에게 말했다. “이 여자가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잡혔나이다. 모세는 율법에 이러한 여자를 돌로 치라 명하였거니와 선생은 어떻게 말하겠나이까.” 이에 예수는 “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하고 손가락으로 땅에 뭔가를 쓰기 시작했다.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은 예수의 이 말에 하나씩 하나씩 나가고 오직 예수와 그 가운데 섰던 여자만 남게 됐다.
여기까지는 성서의 요한복음 8장에 나오는 이야기 그대로지만 우스개 소리는 그 다음 날까지 이어진다. 이날 예수의 파격적인 사건을 목격한 한국 언론들은 다음 날 1면에 대문짝만 선정적인 제목을 달아 이 사건을 상세히 보도했다. 일부 언론은 분석, 해설기사까지 곁들였다.
A신문은 “예수, ‘죄 없는 자’ 발언 일파만파”라는 제목으로 보도했고, B신문은 “예수, 간통녀 옹호발언 파장 일어”라는 기사를 비중 있게 실었다. C신문은 1면 스트레이트 기사에 해설과 분석기사까지 곁들였다. “예수, 법질서 해치고 사회 혼란 조장”, “모 정당, 예수 맹비난 ‘도심 간통’을 방치”
이 우스개 소리는 최근 경찰 진압 도중 6명이 숨진 ‘용산 참사’이후 한 단계 진화했다. 예수가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라고 말하자 현장에 있던 서기관과 바리새인은 서슴지 않고 돌을 집어 여인의 머리를 돌로 내리쳤다는 것이다. 이렇게 외치면서 “법질서 확립”
최악의 경제위기로 을씨년스럽기만 한 겨울을 지나고 있는 한국은 최근 터진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 등 6명이 사망한 ‘용산 참사’에다 연쇄살인사건까지 밝혀져 민심은 흉흉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안타까운 것은 바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공권력이 ‘법질서 확립’을 목청껏 외치며 생존권 지키기에 나선 주민들이 목숨을 잃고 만 ‘용사 참사’의 비극이다.(진압 도중 사망한 경관도 예외가 아니다)
공권력이 내세운 ‘법질서 수호’ 구호 앞에 목숨을 잃어야 했던 용산 주민은 자신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줄 것으로 믿었던 정부와 공권력에게 도대체 어떤 존재였을까.
한 사회와 국가의 법질서를 지켜내는 것이 정부와 공권력의 책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정부와 공권력이 지켜내야 할 법질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인권을 최후의 보루로 지켜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헌법은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보호 할 의무를 갖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유엔도 두 차례에 걸쳐 경찰 등 공권력의 폭력 유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조치를 내놓고 폭력적 공권력 행사는 비폭력적인 방법이 실패하거나 그것이 명백히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한해 최후의 수단으로서만 행사되어야 한다고 못 박았다. 공허한 ‘법질서 확립’ 구호를 외치며 공권력을 휘둘러대는 그들 앞에 예수는 뭐라고 했을까. 논란이 되고 있는 철거민의 생존권 폭력을 포함, 한국 검찰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기대한다.
김상목
사회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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