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행산업은 대표적인 불황산업으로 꼽힌다. “경기가 나빠지면 치마 길이가 짧아지고 카지노는 붐빈다”는 속설이 이를 잘 표현해 준다. 영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에서 주인공 벤이 실패한 꿈과 피폐해 진 몸을 이끌고 찾아간 곳은 카지노 호텔이었다.

또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실업률이 늘어나면 한방으로 인생역전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그러면서 복권판매도 급증한다.

그러나 이런 속설도 불황이 어지간할 때나 통하는 법. 전 세계적으로 경기침체의 그림자가 길고 깊게 드리우면서 그동안 불황을 모른 채 불야성을 이뤄왔던 라스베가스까지 휘청대고 있다. 라스베가스의 식을 줄 모르는 호황은 지난 2000년 47만이었던 인구가 불과 몇 년 사이에 200만으로까지 폭증한데서 확인된다. 당연히 미국에서 가장 급성장하는 도시는 라스베가스였다.

그러나 심각한 경기침체로 이곳을 찾는 발길들이 줄어들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카지노 호텔들은 감원 등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으며 여파는 지역 비즈니스 침체와 부동산 시장 폭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인들이라고 해서 이 같은 어려움을 비켜 갈 수는 없는 일이다. 라스베가스의 한 올드타이머 한인은 “그동안 간헐적으로 라스베가스가 경기침체로 인한 어려움에 봉착한 적은 있지만 지금과 같은 극심한 침체는 한 번도 없었다”고 말한다. 호텔과 카지노가 대규모 감원을 하면서 주로 히스패닉 종업원들을 상대로 해 왔던 스왑밋과 의류업소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또 한인들이 많이 종사하는 세탁업종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백인 손님들이 세탁비 지출을 줄이면서 매상이 격감, 한인업주들이 울상이다. 라스베가스의 대형 세탁체인인 R. 필립스는 불황을 이기지 못해 지난해 말 파산신청을 했다. 그러니 군소 세탁소들은 말할 나위도 없다. 3,000명에 달하는 한인 딜러들도 근무시간 단축 등 조치로 경제적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인사회 관계자들은 “오래된 사람들은 그런대로 버텨내고 있지만 최근 이주해 왔던 한인들은 경제적 어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많이들 떠난다”고 최근의 분위기를 전한다.

이런 여파가 가장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은 부동산 시장이다. 신흥 주택단지로 개발 붐이 뜨거웠던 사우스웨스트 지역이 대표적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곳의 2,200평방피트, 3~4베드룸 새 집의 가격은 40만달러 정도였지만 지금은 22만달러로 폭락했다. 일자리를 잃고 라스베가스를 떠나는 사람들이 급증하면서 자연스럽게 초래된 하락현상이다.

라스베가스는 지금 전례 없이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 이곳의 불황은 현 경제위기가 간단치 않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인들은 과거 라스베가스가 위기가 닥쳤을 때마다 환골탈태하는 노력으로 다시 회생했듯 이번 위기도 잘 견뎌낼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특히 올 연말 문을 여는 초대형 ‘시티 호텔’에 대한 기대가 높다. 시티 호텔은 객실 3,000개가 넘는 호텔을 위시해 콘도와 샤핑 몰 등 총 7개의 건물로 이뤄진 초대형 콤플렉스로 라스베가스에 대한 관심을 새롭게 환기시켜 주리라는 기대가 높다. 이미 채용한 직원만도 1만명에 달하는 등 고용 효과도 대단히 크다.

또 현재 추진 중인 애나하임-라스베가스 간 고속전철에 대한 기대도 뜨겁다. 한 한인은 “고속전철은 완공 후는 물론 공사 기간에도 라스베가스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많은 한인들은 이런 기대를 감추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래저래 토목 공사를 통한 경기부양이 시급한 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