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젊은이 몇 명이 트럭을 몰고 LA와 할리웃 곳곳을 누비며 한국 고유의 음식인 갈비와 불고기로 만든 타코를 판매,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수소문해 취재한 일이 있다. 주인공은 혈기 넘치는 한인 2세 등의 아시아 젊은이 6인조였다.
눈에 띄는 점은 이들 모두 풀 타임으로 일하는 프로라는 점이었다. 베벌리 힐튼과 하이야트 등 유명 호텔의 푸드 앤 베버리지 매니저와 디렉터는 물론 ‘포시즌’ 호텔의 푸드 앤 베버리지 매니저도 있었으며, 셰프는 CIA출신으로 베벌리 힐튼 등에서 셰프로 활약하는 요식업계 전문가다. 내노라 하는 프로의 세계에 몸담고 있지만 이들은 궁극적으로는 이 사업에 ‘올인’하길 원한다. 무엇이 이들을 ‘포장마차’ 사업에 목숨 걸게 만들었을까?
“내가 만든 한국 음식을 전하고 싶다는 열정 때문이지요. 주말에 쉬지 못하고 밤에 잠도 못자면서도 우린 모두 즐거워요. 우리 안에 숨 쉬는 열정이 지치지 않도록 힘을 주는 것 같습니다”
눈을 반짝이며 설명하는 이들의 싱그러운 모습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는데, 불가능도 가능으로 바꿀 에너지가 가득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재밌는 것은 한인 2세인 주방장이 커리어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부모님을 설득하는 것”이었다고 털어 놓았던 사실이다. 이민 1세대로 리커 스토어를 운영했던 그의 부모님은 자식만큼은 주류사회에서 변호사, 혹은 의사로 활약하기를 원했다고 한다. 부모님의 뜻을 따라 법대로 진학했으나 적성에 맞지 않아 그만두고 요리학교로 전향했는데, 그는 “부모님의 실망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요리학교에 진학해 칼을 손에 쥐었을 때 “생전 처음으로 나에게 맞는 옷을 입은 듯 편안한 느낌이었다”며 “지금은 부모님들이 나의 선택을 이해하시고 존중해 주신다”고 말했다.
오직 자녀들의 성공을 위해 이민을 온 한인 가정에서 자녀를 향한 부모의 기대는 대단한데 이루지 못한 본인의 꿈과 기대를 고스란히 자녀들에게로 돌리기도 한다. 하지만 영국의 사회사상가인 존 러스킨은 직업에서 행복을 얻기 위해 그 일을 좋아해야 하고, 그 일을 지나치게 해서는 안 되고, 또한 그 일이 성공하리라는 신념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3가 초등학교의 수지 오 교장은 부모가 자신의 기대감을 자녀들에게 분명히 말해 줄 필요는 있지만 자신의 못 다한 꿈을 자녀의 인생에 미리 처방해 자녀를 이용하면 안 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미국 의학계와 법계 이외에도 정치계와 언론계, 연예계 등등 미국 사회 모든 분야에 한국계 미국인의 활약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라는 공지영의 소설 제목처럼, 한인 부모들이 자녀 본인의 선택을 존중하고 진심으로 응원해 주길, 그래서 한인 2세들이 열정을 갖고 모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기를 기대해본다.
홍지은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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