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최백호는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라는 제목의 노래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가을엔 떠나지 말아요/ 낙엽지면 서러움이 더해요/ 차라리 하얀 겨울에 떠나요/눈길을 걸으며 눈길을 걸으며/ 옛 일을 잊으리라 …”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을에는 너무 슬플 것 같으니 겨울에 떠나달라는 애원을 담은 노래다.
지난 가을 많은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헤어졌다. 이들의 떠남은 자신들의 의사와 무관했다는 점이 노래와 다르지만 어쨌든 그들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곁을 떠났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이되면서 기업들의 감원 바람으로 직장을 잃고 동료들과 헤어지게 된 실직자들의 이야기다.
지난 9월 금융위기가 강도를 더하면서 기업들에서는 고통스러운 해고의 바람이 몰아쳤다. 해고의 매서운 바람은 물론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월스트릿 금융업계에 가장 심했다.
이 기간 기업들이 단행한 50명 이상 대량 해고 조치는 2,269건에 달해 월별 비교 시 9·11 테러가 발생했던 2001년 9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10월 들어 코카콜라, 야후, 제록스, 골드만삭스, 월풀, 제너럴 일렉트릭, 뱅크오브아메리카 및 자동차 회사와 항공사 등 대표적 기업들이 감원계획을 잇달아 발표했다.
기업들은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신규채용 동결과 근무시간 감축 등으로 비용을 줄이려고 애썼지만 영업 실적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마침내 해고의 칼날을 휘둘렀던 것.
요즘 직장에 다니고 있는 상당수의 사람들도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기분이다. 최근 한 고용시장 조사기관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조사 대상자의 30%가 일자리를 잃을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운 시절에 직장을 잃고 나면 한달 내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이 22%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이들의 걱정이 쓸데없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내년에도 고용시장에 온기가 돌 것 같지는 않다. 일자리 알선회사 ‘챌린저, 게리 & 크리스마스’는 최근 내년에 10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기업들에 고용에 관한 자문을 제공하고 있는 ‘왓슨 와이트’는 “기업의 23%가 내년에 감원을 고려하고 있다”며 “기업들은 경비 절감을 위해 감원 외에도 임금 동결 등 전방위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고의 바람을 피하지 못하고 직장을 떠난 사람들의 마음에 서러움이 가득했을 것이라는 것은 불문가지다. 하지만 보내야 했던 사람들의 마음도 편치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삶을 위축시켰던 불경기를 경험했고 이를 이겨냈다. 우리는 이번에도 불경기를 견뎌낼 수 있을 것”이라는 고용시장 전문가들의 말이 올해 직장을 잃은 많은 실직자들에게 다소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
황동휘
경제1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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