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조금 살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진리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세상일은 좀처럼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설사 뜻한 바가 이뤄졌다 해도 그 결과는 처음 생각과는 다르게 나온다는 것이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의도하지 않은 결과의 법칙’(The Law of Unintended Consequences)이라고 부르지만 어렵게 경제학 책을 볼 필요도 없다. 2000여년 전 회남왕 유안이 쓴 ‘회남자’에 실린 ‘새옹의 말’ 이야기만 봐도 알 수 있다. 새옹이 아끼던 말이 도망간 슬픔은 암말과 함께 돌아온 기쁨으로 바뀌고 말 한 마리가 더 생긴 기쁨은 그 말을 타다 아들이 절름발이가 되는 슬픔이 된다. 그러나 이는 다시 전쟁이 나자 불구자라는 이유로 징병을 피해 아들이 목숨을 건지는 기쁨으로 변한다.
이 책을 쓴 것으로 알려진 유안 자신도 한나라를 세운 고조의 손자로 태어났으나 아버지가 역모로 몰리는 바람에 목숨을 잃을 뻔 하다 구사일생으로 아버지 영토를 물려받아 회남왕이 된다. 그러나 그 또한 나중에 모반의 혐의를 받아 자살하고 영지는 몰수된다. 새옹지마가 현실임을 이보다 극명하게 보여줄 수는 없다.
전 세계 경제가 미국 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시작된 공황에 휘청거리고 있다. 따지고 보면 ‘부실 모기지 대란’ 또한 ‘뜻하지 않은 결과의 법칙’의 전형적인 사례다. 주택 버블의 발단은 보다 많은 미국인들에게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인 내 집 소유를 가능케 해주자는 선의에서 비롯됐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주택 소유 장려 차원에서 내 집을 팔아 남는 이익에 대해서는 50만달러까지 세금을 면제해 주는 법안이 통과됐다. 그 뒤를 이은 부시 행정부도 저소득층과 소수계의 주택 소유를 늘릴 목적으로 이들에 대한 융자를 쉽게 해주는 정책을 강력히 추진했다.
그 결과 미 역사상 가장 많은 미국인들이 내 집을 갖게 됐으나 대출 기준 심사는 유명무실화 되고 페이먼트를 할 능력이 없는 무자격자들까지 주택 소유주가 됐다.
부실 모기지에 대한 경고가 잇따랐는데도 주택 소유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부시의 철학 앞에 심사를 엄격히 해야 한다는 주장은 먹히지 않았다. 집값이 계속 오르면서 스스로 부자라고 생각한 미국인들의 지출은 늘어났고 이것이 미국 경제 성장률을 높였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결국은 불량 모기지의 양산을 낳았고 세계 경제 위기의 근본 원인이 됐다.
지금은 누구나 내년 경제가 더 나빠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고통이 장차 탄탄한 성장의 바탕이 될 수 있다. 이번 불황을 계기로 부실 모기지가 정리되고 집값이 미국인들 소득 수준에 맞는 선으로 내려오면 미국 경제는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그보다 값진 것은 주식과 부동산의 버블 붕괴가 어떤 것임을 미국인들에게 체험을 통해 깨닫게 함으로써 쉽게 돈을 벌어 흥청망청 쓰겠다는 생각이 잘못된 것임과 근검절약하는 성실한 태도의 중요성을 가르쳤다는 점이다. 새옹지마의 교훈을 되새기며 담담한 마음으로 연말과 새해를 맞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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