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일대학 동창생인 헨리 루스와 브리튼 해든이라는 24살의 두 청년이 1923년 3월3일 뉴욕 맨해튼 17번가의 한 건물에서 주간지를 창간한다. 창간호의 커버스토리는 공화당 하원의장인 캐논. 창간호는 총 9,000부가 인쇄됐으며 1부당 가격은 15센트였다. 시사 주간지 ‘타임’은 이렇게 세상에 나왔다.
타임은 국제 뉴스와 문화적 이슈들을 아주 간결하면서도 축약된 문장으로 취급하면서 곧바로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한다. 타임의 명성이 한 단계 높아진 계기가 된 것은 1927년 ‘올해의 인물’(Person of the Year)을 선정하면서부터. 타임은 이후 매년 12월 그해의 뉴스메이커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해 오고 있다. 타임의 첫 ‘올해의 인물’은 대서양을 비행기로 횡단했던 찰스 린드버그였다.
타임의 ‘올해의 인물’들을 쭉 일별해 보면 지난 80여년의 세계사가 보인다. 영향력을 중심으로 한 선정이다 보니 아무래도 정치인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대공황기 미국을 이끌었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1932년과 1934년, 그리고 1941년 등 무려 3차례나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다.
그러나 국제사회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만 선정되는 것은 아니다. 선정 취지 자체가 그 해의 뉴스메이커인 만큼 어떤 의미이든 한 해 동안 세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을 선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런 이유로 1938년에는 히틀러가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고 소련의 스탈린도 2차례 ‘올해의 인물’로 타임 표지를 장식했다.
이런 기준과 관련해 가장 큰 논란을 일으켰던 것은 지난 2001년도 ‘올해의 인물’ 선정이었다. 2001년은 9.11테러가 발생한 해였다. 국제사회에 미친 영향과 충격의 강도로 볼 때 ‘올해의 인물’ 0순위는 당연히 오사마 빈 라덴이었다. 하지만 그를 선정할 경우 여론이 극도로 험해질 수도 있는 분위기였다. 이런 저런 상황을 고려해 타임은 안전한 선택으로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시장을 선정했다. 하지만 이런 논란은 ‘올해의 인물’이 지녔던 권위를 일부분 손상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타임은 17일 2008년도 ‘올해의 인물’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를 선정 발표했다. 그의 대통령 당선이 갖는 역사적 의미를 고려해 볼 때 당연한 결정이다. 타임 독자들 견해를 살펴보니 이번 선정에 긍정적인 평가가 절대적이다. 오바마는 ‘올해의 인물’일 뿐만 아니라 ‘지난 10년의 인물’, 한 걸음 더 나아가 ‘세기의 인물’로 뽑힐 자격이 있다는 찬사도 눈에 뜨인다.
하지만 이런 찬사는 너무 성급해 보인다. 한달 후면 대통령에 취임하는 오바마 앞에는 전례 없는 난제들이 기다리고 있다. 오바마에게 주어진 정치적 환경은 루스벨트의 대통령 재임 시와 비슷하다. 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져 있고 전쟁으로 국가적 피로감은 극에 달해 있다.
루스벨트는 희망의 정치와 과감한 정책으로 미국을 전대미문의 위기에서 구했다. 오바마 역시 희망을 화두로 국민들을 단합시키고 과감한 정책결정으로 난국을 타개해 나가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그가 비범한 리더십으로 국가를 재난에서 건져 올릴 수 있을지, 아니면 무늬만 루스벨트였는지는 곧 드러날 것이다. 1년 후 그가 대통령 당선자가 아닌 대통령 자격으로 2009년 ‘올해의 인물’에 다시 선정될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그렇다면 그것은 미국이 새로운 대통령의 인도 아래 다시 제 궤도에 올라섰음을 의미할 테니 말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