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피아 알 카포네의 활동무대였던 시카고가 소재한 일리노이는 ‘부패의 땅’인가. 로드 블러고이어비치 일리노이 주지사가 부패 혐의로 9일 연방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그의 혐의를 보면 오바마 대통령 당선으로 공석이 된 일리노이 연방 상원 자리를 돈을 받고 팔려던 것에서부터 언론사인 시카고 트리뷴 협박 등등 가히 ‘부패 백화점’이라 부를 수 있을 만큼 다양하다. 산전수전 다 겪은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조차 혀를 내둘렀다니 그의 부패 행각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된다.
부패 혐의로 기소된 일리노이 주지사로 블러고이어비치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 50년간 일리노이주지사는 모두 10명이었다. 이 가운데 부패 혐의로 기소된 사람은 블러고이어비치를 포함해 무려 5명. 이 가운데 4명은 유죄로 실형을 살았거나 살고 있으며 1명만 무죄 판결을 받았다. 블러고이어비치의 전임 주지사였던 조지 라이언도 지난 2003년 사기 및 공갈 혐의로 6년반 형을 선고받고 현재 위스컨신 교도소에서 수형생활을 하고 있다. 2명에 1명꼴로 수갑을 찼으니 ‘부패의 땅’이라는 오명이 무리는 아니다. 시카고는 미국에서 FBI 요원이 가장 많이 배치된 도시다. 왜 그런지 이해가 간다.
19세기와 20세기 초까지 미국 정치는 부패가 극심했다. 이런 현상 뒤에는 정치적 승자가 전리품을 모두 가져가 자기 수하들에게 분배해 주는 엽관제와 지방 토호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런 정치적 풍토에서 충성을 대가로 한 자리 분배와 매관매직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 시절 지방 토호의 대표적 가문이 시카고를 기반으로 한 데일리 집안이었다. 데일리 가문은 정당을 장악한 후 자기 조직원을 심었다. 조직원들은 갓 이민 온 사람들에게 직업 알선과 주거 안내를 해 주는 역할을 했으며 이것은 선거 때 몰표로 돌아왔다. 이렇게 권력을 잡은 데일리 가문은 수천 개에 달하는 자리를 충성스런 수하들에게 골고루 나눠주는 방법으로 권력의 토대를 더 굳건히 다질 수 있었다. 오래 전 이런 풍토를 개혁하기 위한 정치 개혁이 이뤄졌지만 데일리라는 이름 석자는 시카고 지역에서 여전히 위세가 대단하다.
자리를 개인 재산처럼 다룰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보면 매관매직의 유혹에 쉽게 빠지게 된다. 미 건국의 아버지 가운데 하나로 존경받는 토머스 제퍼슨도 매관매직을 일삼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는 돈을 받고 비례대표 국회의원 공천을 해 줬던 정치인들이 속속 실형을 선고 받고 있다. 현대판 매관매직이라 할만하다. 낙하산 인사 또한 변형된 형태의 매관매직이다.
정치판은 부패의 곰팡이가 피어나기 좋은 토양을 지니고 있다. 힘과 영향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철저한 견제장치가 필요한 것이다. 주민소환제는 이런 견제장치의 하나이다. 미국에서 주민소환제가 등장한 것은 정치 부패가 극에 달했던 지난 1903년의 일로 LA에서 처음으로 실시됐다. 탄핵 역시 같은 취지의 제도적 장치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유권자들이 제대로 된 사람을 뽑아야 한다. 블러고이어비치는 지난 6년간 끊임없이 부패 의혹을 받아왔다. 그런데도 일리노이 주민들은 그를 주지사로 다시 뽑았다. 그를 기소한 검찰은 “무덤에 있는 링컨도 돌아눕게 만드는 행위”라고 개탄했다. 링컨의 주에서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부패 스캔들. 링컨이 살아서 이것을 본다면 과연 뭐라 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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