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문을 연 세리토스 조각 공원에는 자그마한 기념비 하나가 서 있다. 1986년 일어난 세리토스 항공기 추락 참사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한 위령탑이다.
그해 8월 31일 오전 11시 40분 LA 공항에 막 착륙하려던 아에로멕시코 498기 항로에 자그마한 경비행기 하나가 날아들었다. 조종사 포함 세 사람이 탄 파이퍼 기는 자기 항로를 이탈해 대형 여객기와 충돌했다. 경비행기에 탄 사람들은 모두 즉사했지만 여객기 또한 추락을 면하지 못했고 그 결과 거기 타고 있던 승객과 승무원 등 64명이 전원 사망했다. 이중 아동수가 10명이나 돼 사람들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했다.
승객들보다 더 억울한 사람들은 편안하게 자기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세리토스 주민들이다. 난데없는 비행기 추락으로 15명의 지역 주민이 비명횡사했고 8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집 다섯 채가 완전히 부서지고 일곱 채가 피해를 입었다. 마을 곳곳에 비행기 잔해와 시체가 흩어지고 곳곳에 불길이 치솟는 등 평화롭던 남가주 교외가 졸지에 지옥으로 변했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란 이런 때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지금까지도 미 역사상 최악의 항공 충돌 사고의 하나로 꼽히는 세리토스 항공 참사의 전모다.
연방 항공국(FAA) 조사 결과 문제의 경비행기에는 항로 이탈을 자동으로 알려주는 항법장치가 없었으며 LA 공항의 관제탑 레이더에 경비행기의 항로이탈이 잡혔음에도 컨트롤러의 실수로 경보 장치가 발동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경비행기 조종사는 육안으로 대형 여객기를 볼 수 있는 위치에 있었음에도 충돌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FAA는 사고 2년 뒤 경비행기에 자동 경보 장치 부착을 의무화하고 남가주 5개 레이더 센터를 하나로 일원화했으며 LA 대형 항공기 항로를 경비행기가 접근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바꿨다.
피해자 유가족들은 70개의 소송을 제기했으며 1989년 5개월의 재판 끝에 배심원은 FAA와 경비행기 소유주의 공동 책임을 인정했다. 유가족들은 총 5,600만달러를 받았으며 그 중 가장 큰 액수인 560만달러는 남편과 10대 자녀 둘을 잃은 테레사 에스트라다에게 돌아갔다.
세리토스 사고 후 22년 만에 다시 남가주에 항공기 추락 참사가 발생했다. 8일 남가주 앞 바다에서 훈련 중이던 해군 전투기가 엔진 고장으로 샌디에고 인근 주택가를 덮친 것이다. 이 사고로 한인 주부와 1살과 1달 된 두 아기, 그리고 산모 산후 조리를 돕기 위해 한국에서 온 장모가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아파트에 살다 불과 한 달 전 새 집으로 이사 왔다 참변을 당한 것으로 밝혀져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인명은 재천’이란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
이번 사고는 누가 봐도 명백히 미국 정부 잘못으로 인한 것이어서 거액의 배상금은 받을 수 있겠지만 사람 생명이 사라진 후 돈을 받아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정부 당국은 세리토스 참사 때와 같이 사고 원인을 신속히 규명하고 전투기 훈련을 주택 인근에서 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재발 방지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피어보지도 못하고 하늘나라로 간 어린 생명을 비롯 피해자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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