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로마의 명문가 사람은 보통 세 개의 이름이 있었다고 한다. 우선 개인의 이름이 있다. 씨족을 나타내는 이름이 있다. 그리고 가문을 나타내는 이름이 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경우를 보자. 원래 이름은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였다. 카이사르는 가문의 이름이다. 말하자면 카이사르가 역사에 남긴 이름은 가문의 이름으로, 이 카이사르는 후에 보통 명사화 돼 ‘황제’란 의미를 지니게 된다.
고대 로마의 역사는 어떤 면에서 ‘명문가의 역사’라고 할 수도 있다. 공화정 시대 최고 권력자인 집정관들은 대부분이 로마의 명가 출신이기 때문이다.
아피아 가도 건설로 유명한 아피우스 클라디우스의 가문이 그 한 예다. 클라우디스 가문은 공화정 시대에 수많은 집정관을 배출했다. 그리고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양자가 되어 2대 황제가 된 티베리우스도 본래 이 클라우디스 집안 출신이다.
미국도 이와 유사한 면이 있다. 50개 주마다 옛 지방 영주에 비교할 정치 명가가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경우는 2대에 걸쳐 주지사를 배출한 브라운 집안이 그에 해당된다. 시카고에서는 데일리 집안이 그런 존재다. 앨 고어의 고어 집안은 테네시의 정치적 명가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정치적 명가의 효시는 존 애덤스 집안이었다. 존 애덤스가 2대 대통령이었고 또 그의 아들 존 퀸시 애덤스는 6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이처럼 아버지와 아들이 대통령이 됨으로써 또 다른 ‘정치적 명가’로 떠오른 집안은 현 조지 W. 부시 대통령 집안이다. 아버지 조지 부시는 부통령에, 41대 대통령을 지냈다. 할아버지 프레스콧은 연방 상원의원을 지냈고, 그 손자 대에는 주지사도 배출했다.
부시라는 이름은 그러나 기피 이름이 되다시피 했다. W. 부시의 인기가 바닥에 떨어진 결과다. 부시 가문의 영화는 그러면 아주 끝난 것인가.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는 지적이다. W. 부시의 동생 제브 부시의 연방 상원 입성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나오는 이야기다.
제브 부시의 상원의원 출마설은 멜 마르티네즈 플로리다의 현 공화당 출신 연방 상원의원이 2010년 중간선거에 재출마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힘으로써 구체화되고 있다.
부시라는 브랜드는 전국구 무대에서는 빛을 바랜 게 사실이다. 그러나 무대를 플로리다로 좁히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플로리다 주지사로서 제브 부시는 혁혁한 업적을 남겼다. 때문에 그의 이름은 마치 ‘록 스타’ 같은 마력을 지녔다는 평가다.
제브 부시는 상원 출마설과 관련해 결코 부정을 하지 않고 있다. 해서 벌써부터 모아지는 관심은 상원을 지낸 후 그가 보일 행보다.
주지사로서 A플러스 스코어를 땄다. 거기다가 상원의원으로서 국제문제에도 소양을 쌓는다. 그 다음 코스는 백악관이 될 것이라는 추측이다. 또 한명의 ‘부시 대통령’? 아직은 먼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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