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차 한인타운 소매업체의 매니저들을 만나 보면 “저들이 없다면 한인경제가 어떻게 될까”라는 걱정이 들 정도로 한인타운 소매 경제에서 매니저들이 차지하는 역할은 중요하다. 국어사전은 매니저를 ‘회사에서 경영자나 책임자로 일하는 사람’이라고 간단히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한인타운의 매니저들은 사전적인 정의로는 설명이 부족한 한인 소매경제의 소금과 같은 존재다.
한인타운 매니저들의 특징을 살펴보자. 대부분 30~40대로 영어 퍼스트 네임을 쓰는 경우가 많다. 점원으로 시작해 자기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 매니저까지 올라간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로는 실장이나 코디네이터로 불리는 경우도 있지만 업무의 기본은 매니저와 비슷하다. 한국 유명 업소에서 높은 매상을 올려 LA로 초빙됐다는 매니저들도 간혹 있지만 소수다.
한인타운의 매니저들은 전문가다. 자신이 판매하는 상품에 대해서는 고도의 전문지식을 자랑한다. 한국처럼 본사에서 체계적으로 교육을 하는 것도 아닌데 오랫동안 손님을 직접 대하고 제품에 대한 현장 지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제품의 트렌드나 특성, 셀링 인트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
한인타운 매니저들은 홍보의 달인이다. 한국은 유행이 자주 변하고 히트 상품이 등장할 때마다 제작회사들이 자체적으로 판촉에 나서지만 한인타운에서는 소매업체 매니저들이 신상품 선정부터 홍보, 판촉까지 전담한다. 수입업체나 미국 현지 법인들이 한국에서 상품을 수입하면 한인들의 입맛에 맞게 홍보 아이디어를 내는 것은 매니저들의 몫이다. 한국에서 파견된 직원들도 한인 소비자들의 정서나 미국 소매 관련 법규 파악에는 매니저들의 경험과 지혜에 전적으로 의지한다.
한인타운 매니저들은 해결사다. 매니저들은 상품의 교환, 고객들의 불만사항 처리, 때로 고객들의 무리한 요구까지도 지혜롭게 해결해 고객에게 감동을 준다. 우수한 매니저는 위기 상황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업소에 불리한 제보를 받고 기자들이 사실 확인을 위해 전화를 했을 때 노련한 매니저들은 적극적으로 진상을 파악하고 해결에 나선다.
바쁜 시간에 전화를 걸어 취재 요청을 해도 프로답게 대응해 주는 매니저는 멋있고 고맙다. 오후가 돼야 출근하는 사장 대신 정시에 출근해 고객들을 맞는 매니저들은 진정한 프로다.
한인타운의 실물 경제를 이끌어 가는 매니저들이 요즘 많이 힘들다고 한다. 불경기로 매출이 떨어지고 실적이 오르지 않으니 매니저들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실물 경제를 가장 가까이서 느끼는 매니저들의 체감 경기는 정확하다.
그래도 매니저들은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불경기를 이겨내기 위해 열심히 세일을 구상하고 기획 상품을 내놓는 매니저들의 노력은 계속된다. 한인타운의 매니저들에게 힘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김연신
경제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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