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미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관광지다. 그러나 최근까지 살인적인 유럽의 물가 때문에 웬만한 사람은 구경 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요즘은 달러 강세로 물가는 좀 싸졌지만 경기가 워낙 나빠 관광 다닐 여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어쨌든 유럽을 다녀 보면 어디 가나 제일 관광거리는 성당이다. 파리의 노트르담, 로마의 바티칸, 쾰른의 대성당 등 중세 때 지은 교회가 없었더라면 유럽 관광 업계는 무얼 먹고살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중세 때는 어디를 막론하고 성당이 가장 화려하고 큰 건물이었다. 중세가 ‘믿음의 시대’였음을 확실히 보여주는 증거다.
반면 현대 도시의 상징은 비즈니스가 빽빽이 들어찬 마천루다. 맨해튼을 필두로 미 주요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장식하고 있는 고층 빌딩만큼 현대가 ‘돈의 시대’임을 말해주는 것은 없다. 상하이와 쿠알라룸푸르, 두바이 등 곳곳에서 세계 최고층 빌딩을 경쟁적으로 짓고 있는 것은 이것이 미국에 국한된 현상이 아님을 알려준다.
이같은 시대의 변화와 함께 과거 성직자들이 하던 일을 요새는 경제학자들이 하고 있다. 중세인들이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알려고 노력했던 것의 몇 배 이상 현대인들은 앞으로 경기가 어떻게 될 지에 관심을 기울인다.
문제는 과거 성직자들이 신의 뜻을 헤아리느라 헤매던 것처럼 경제학자들도 경기의 흐름을 파악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는 사실이다.
툭 하면 잘못된 예측을 하는 것은 보통이고 남들이 다 아는 것을 확인하는 데만 오랜 세월이 걸린다. 1년 전 월스트릿 저널이 주요 경제학자들을 상대로 여론 조사를 했을 때 올 경기가 이렇게 나빠지리라 예측한 사람은 없었다.
미국 경기 진단 전문 기관인 전국 경제 연구소(NBER)는 1일 미국 경제가 작년 12월부터 불황에 진입했다고 발표했다. 남들은 이미 다 아는 사실을 이제 와서 뉴스라고 이야기한다는 게 좀 듣기 민망하다. 통상적으로 불황은 ‘6개월 연속 GDP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때’라고 정의 돼 있지만 이번 NBER 조사는 실업자 증가 등 여러 통계를 고려했다 한다.
지금 모든 사람 관심사는 미국이 불황에 빠져 있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언제쯤 여기서 헤어날 것인가이다. 이에 대해 NBER은 아무 대답이 없다. 연방 준비제도 이사회(FRB)는 내년 후반기에는 회복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제2차 대전 이후 미국 불황은 평균 10개월, 90년대 초와 2000년 불황은 8개월 계속됐다. FRB 예측이 맞는다면 이번 불경기는 대공황 이래 최장인 셈이다. 곳곳에서 죽겠다고 아우성 소리가 나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로써 ‘이제는 경기 사이클이 사라졌다’는 일부 경제학자들의 주장이 낭설임이 확인됐다.
한 가지 희망적인 것은 ‘골이 깊으면 산도 높다’는 말처럼 장기 불황 끝에는 장기 호황이 올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대공황 이후 50년대와 60년대는 경기가 좋았고 80~82년 심한 불황 뒤에는 8년간의 장기 호황을 구가했다. 당장 어렵더라도 참고 견디면 언젠가는 좋은 세월이 돌아온다는 믿음을 갖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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