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 때가 안 좋다고 해야 하나. 우연하게도 안 좋은 타이밍에 대통령이 됐다고 해야 하나. 이명박 대통령이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경제 하나만은 잘 할 것이라고들 생각했다. 한국의 기업계를 대표하다 시피 하는 CEO 출신이다. 이런 경력이 주는 믿음 때문에 대통령으로 선출됐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불어 닥친 게 금융위기다. 월스트릿을 초토화시킨 그 금융위기 쓰나미 앞에서 맥을 못 추고 있다. 경제 살리기고 뭐고 되는 일이 없어 보인다.
인사 정책도 그렇다. “주변에 사람이 없다,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용인술과 관련해 들려오는 소리다. 거기다가 마침 시작된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의 조각과 비교 되면서 ‘MB의 인사정책은 상당히 초라해 보인다’는 구설수에 시달리고 있다.
하여튼 미국적 기준으로 보아도 돋보이는 게 오바마의 용인술이다. 상당히 과감하다. 그리고 평소 지론대로 당색을 초월한 흔적을 보인다. 이런 오바마의 인선에 보수와 진보를 망라하고 미 언론들은 일제히 갈채를 보내고 있다.
먼저 경제팀 인선 때도 그랬다. 예상을 깨고 ‘클린턴의 사람들’로 분류되는 미국 경제계의 별들을 대거 등용했다. 래리 서머스, 티모시 가이스너 등이 그 면면이다.
안보팀 인선에도 언론들은 후한 평을 하고 있다. 우선 당내 최대 라이벌이었던 힐러리 클린턴을 끌어안고 국무장관에 임용한 것부터가 그렇다.
또 국방장관에는 로버트 게이츠 현 국방장관이, 그리고 국가 안보 보좌관에는 전 나토군 사령관 제임스 존스가 각각 지명된 데 대해서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국무, 국방, 안보보좌관- 외교안보 분야에서 ‘빅 3’로 불리는 포스트를 차지한 이 세 사람은 민주당 내에서 좌파로 불리는 사람들에게는 적(enemy)으로 간주되는 사람들이다.
이 민주당 좌파세력은 오바마를 대통령 당선자로 만드는데 가장 앞장섰던 사람들이다. 굳이 따지면 공신그룹이라고 할까. 이런 그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기용한 것이다.
화합의 정책을 표방한 것이다. 미국의 해외정책이 변덕을 부리지 않을 것이라는 시그널을 보낸 것이다. 또 해외정책에 있어 미국은 초당적이라는 전통을 대내외에 과시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너무 멋있었다.”(So far, so very good.) 실용주의 중도노선에, 또 충성도 보다는 능력 우선의, 그리고 초당적 자세를 견지한 오바마 인선에 대한 인선의 총평이다.
안보팀 인선이 끝남에 따라 차기 오바마 행정부의 주요 포스트 인선은 사실상 끝났다. 이제 남은 문제는 대통령으로서 오바마가 어떤 리더십을 보이는가 하는 것이다.
그건 그렇고, 한국정치의 그 지긋지긋한 인물난은 대통령 탓일까, 아니면 그 ‘까칠한’ 정치풍토의 산물일까. 판단이 잘 안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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