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은 천심’이란 말이 있다. 국민의 뜻에 따라 정치를 하자는 제도가 민주주의고 보면 민주주의도 결국 이같은 생각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민심 같이 변덕스러운 것도 없다. 한 때는 최고 인기를 구가하던 지도자도 세월이 지나면 별 볼 일 없게 되는 경우가 하나 둘이 아니다. 걸프 전 후 90%까지 인기가 치솟던 아버지 부시가 재선에 실패한 것이나 역시 9/11 테러 후 90%까지 인기가 올라갔던 아들 부시가 죽을 쑤고 있는 것이 한 예다. 물론 정치를 잘못해 국민의 심판을 받은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90~91년 경제 불황이나 지금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금융 위기 책임을 전적으로 두 사람에게만 지울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가 하면 반대 케이스도 있다. 레이건 대통령은 집권기간 내내 ‘바보’ 소리를 들었지만 지금은 위대한 대통령의 하나로 돼 있다. 최저의 인기 속에 퇴임한 트루먼도 비슷하다.
이는 대통령에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장장 20년에 걸친 긴 재임 기간 동안 앨런 그린스팬 전 연방 준비제도 이사회(FRB) 의장처럼 칭송을 받은 인물도 드물다. 1987년 주가 폭락 사태를 무사히 넘긴 것은 물론 2000년 하이텍 거품 붕괴와 2001년 9/11 테러 등을 극복해내고 장기 호황을 이뤄낸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중앙 은행장’이라 불리던 그가 요즘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일찍 바로잡지 못하고 지나치게 오래 동안 금리를 낮게 유지해 부동산 버블을 일으킨 장본인’이란 불명예를 뒤집어쓰고 있다. 스스로도 의회에 나와 “사태가 이렇게까지 심각해질 줄은 몰랐다”고 실토한 바 있다.
그의 주가가 낮아지는 것과 반비례해 뜨고 있는 인물이 있다. 그의 전임자인 폴 볼커(81) 전 FRB 의장이다. 1979년 미국이 두 자리 인플레로 신음하고 있을 때 카터에 의해 FRB 의장에 임명된 그는 금리를 두 자리 수로 올림으로써 이를 해결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고금리로 빚을 갚지 못하게 된 수많은 기업이 도산했고 실업률은 두 자리 수로 치솟았다. 심지어는 농부들이 트랙터를 몰고 워싱턴으로 몰려와 데모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이런 압력에 굴하지 않고 꿋꿋이 소신 있는 정책을 폈고 그 결과 미국 경제 도약의 발판이 마련됐다. 당시 그를 욕하던 사람들도 나중에는 그의 칭찬을 늘어놓기 바빴다. 그는 최근 부실 모기지로 인한 신용 위기를 남보다 먼저 경고해 다시 주목을 받았다.
그 볼커가 26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에 의해 신설된 국가 경제 회복 자문 위원회 의장으로 선임됐다. 일찌감치 오바마 지지를 선언한 그는 그 동안 오바마의 경제 교사 노릇을 해왔다는 후문이다. 팀 가이스너 재무에, 래리 서머스 백악관 국가 경제회의 의장, 볼커 경제 회복위 의장의 오바마 경제 팀 진용은 현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이란 평을 받고 있다. 이들이 과연 위기에 처한 미국 경제를 살려낼 수 있을 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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