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크리스마스 샤핑 경보’(Christmas Shopping Alert)라는 제목으로 이메일을 받았다. 올 연말 기프트 카드를 선물할 작정이라면 알아 두어야할 내용이라며, 최근 파산신청을 한 ‘서킷 시티’(Circuit City)를 비롯해 연말을 기해 매장을 축소하거나 폐점하는 28개의 회사들을 열거해놓았다.
앤 테일러(Ann Taylor)가 미전역에 117개 매장을, 레인 브라이언트(Lane Bryant)가 150개 매장을, 갭(GAP)이 85개 매장을, 풋라커(Footlocker)가 140개 매장을 철수하고, 케세(Cache)의 전 매장, 탈봇(Talbots)이 운영하는 제이 질(J. Jill)의 전 매장을 폐쇄한다고 한다.
의류 매장만이 아니었다. 가구점 봄베이(Bombay)가 남아있는 매장을 철수하고, 린넨 앤 띵스(Linens and Things)와 샤퍼 이미지(Sharper Image), 윌슨 레더(Wilson Leather)가 점차적으로 전 매장을, 제일스(Zales)가 82개 매장을 닫은 후 1월 이후 105개의 매장을 닫을 계획이라고 했다. 믿을 만한 목록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평소 ‘파격할인’(Blow-Out Sale), ‘재고정리’(Clearance)를 알리는 벌크 메일이 너무나 반가웠지만 이번 메일만큼은 사정이 완전히 달랐다.
샤핑 시즌이면 즐겨 찾던 매장에서 폐점처리(Close-Out Sale) 광고가 날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도대체 어디서 크리스마스 샤핑을 해야 할지 앞이 캄캄해진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추수감사절이 없는 듯한 분위기가 다소 불만이었다. 추수감사절 그 다음 날이 돼야 부리나케 틀었던 크리스마스 캐롤이 11월 초부터 들려왔고,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제품들도 일찌감치 진열대를 장식해 잔뜩 움츠러든 소비심리를 자극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메일 한통으로 인해 불만은 하나의 각오로 바뀌었다.
블랙 프라이데이 샤핑을 하리라. 원래 블랙 프라이데이보다는 애프터 크리스마스 샤핑을 기다리는 편이었다. 가격이 더 떨어지면 그 때 사겠다는 이유다. 생필품이 아닌 이상 없으면 그만 아닌가. 하지만 올해는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 서킷시티(Circuit City)가 블랙 프라이데이에 HDTV를 400달러 이하에 장만하라고 광고를 하고, 베스트 바이(Best Buy)는 월마트(WalMart) 가격보다 낮게 판매할 예정이라고 선전을 한다. 회생을 위한 발버둥이다.
비난 받을 각오로 쓴다. 블랙 프라이데이에는 우리 다 함께 지갑을 열자. 불안한 미래를 위해 절약을 해야 하는 현실이지만, 손해를 감수하면서 귀가 솔깃해지는 가격으로 폭탄 세일을 결정한 매장을 찾아가 폐점만은 막아보자. 더 이상 남의 불행이 곧 나의 행복이 아니다. 앞으로 남의 불행은 나의 불행이 될 것이다.
하은선
특집 2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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