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표가 너무 싸요. 싼 값에 여행을 해서 좋기는 하지만 가슴이 아프네요. 오죽 경기가 나쁘면 항공사들이 연말 대목에 이렇게까지 가격을 내릴 수가 있을까요?”
워싱턴 D.C. 교외지역에 사는 S씨 가족은 올 크리스마스를 남가주에서 보내게 된 것이 기쁘지만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워싱턴 D.C.에서 LA까지 대륙을 횡단하는 항공료가 왕복 218달러. 세금 포함해서 237달러에 표를 끊고 나니 경제가 얼마나 어려운지 새삼 실감이 나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 즈음부터 새해까지 연말연시는 미국에서 국내선 항공료가 가장 비싼 때이다. 각지에 흩어져 있다가 한자리에 모이는 가족들, 스키장이나 따뜻한 남쪽 지역 휴양지로 떠나는 여행객들로 수요가 폭증하는 때가 바로 이 시기이다.
항공사들은 ‘이 때다’ 싶어 항공료를 올리고, 여행객들 역시 할러데이 시즌에는 으레 그러려니 하며 비싸도 불평 않고 비행기 표를 사는 것이 전통적 연말 풍경이었다.
올해라고 다르지 않았다. 지난달만해도 항공사들이 할러데이 시즌을 겨냥해 내놓은 비행기 표 값은 상당히 비쌌다. 그리고는 소비자들의 반응을 지켜보았는데 시장이 너무 가라앉아 움직이지를 않자 가격을 내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가족과 친구들이 남가주에 있는 S씨 가족도 처음에는 올 연말 남가주 방문을 포기했었다. 세금 포함하면 3식구 항공료가 거의 2,000달러에 달하니 지출이 너무 크기 때문이었다. 크리스마스 전 주쯤 마지막까지 안 팔린 표를 세일하면 그때 여행을 고려해보자고 마음먹던 중이었다.
그런데 지난주부터 이메일로 여러 항공사들이 세일가격을 제시, 웹사이트들을 뒤져 보니 생각지도 못하게 싼 표들이 있는 것이었다. 특히 여행하는 날을 일요일과 화요일로 잡으니 가격이 더 내려가서 200달러 남짓에 논스톱 왕복 항공권을 구입할 수가 있었다. 한사람 표 값으로 세 사람이 여행을 하게 된 것이었다.
항공사들로서는 그렇게라도 해서 빈 좌석을 없애 손실을 줄여 보겠다는 고육지책이다. 아메리칸, 유나이티드, 노스웨스트 등 항공사들은 요즘 날짜별로 색깔이 다른 달력을 웹사이트에 올려놓고 있다. 제일 가격이 싼 날, 좀 더 비싼 날, 비싼 날로 구분해서 여행객들이 날짜를 고를 수 있게 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몇 달 전에 미리 항공권을 끊어놓은 계획성 있는 승객들은 비싼 값을 치르고, 나중까지 미루던 사람들은 싼 값에 표를 ‘줍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항공사뿐이 아니다. 호텔, 휴양시설, 크루즈 등 여행 산업 전반이 고전을 면치 못해 세일상품들이 널려있다. 예를 들어 며칠 전 한 온라인 여행사(Expedia.com)는 마이애미에서 바하마를 여행하는 4박 크루즈여행을 99달러에 내놓았다. 숙박은 물론 좋은 음식에 여흥까지 합쳐서 하루에 25달러이니 집에 가만히 있는 것보다도 싼 값이다.
경제가 어려워 소비자들이 주머니를 틀어쥐고 열지를 않으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어쩌겠는가. 당장 내일이 불안한데. 하지만 시간 여유만 있다면 이렇게 가격이 쌀 때 한번쯤 여행을 해보는 것도 좋은 일이다. 개인의 정신건강을 위해서, 나라의 경제흐름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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