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비 걱정이 앞서요. 당장 내년에 우리집 살림살이가 어떨지를 알 수가 없으니 답답할 뿐이에요”
첫딸이 12학년생인 한 주부의 말이다. 미국 진학 시스템도 모르고 영어도 서툴러서 딸의 원서 접수를 거의 도와주지 못하고 있지만 “학비 때문에 마음이 무겁다”고 그는 말한다.
“딸아이가 야무져서 성적도 괜찮고, 원서접수에 필요한 서류들도 알아서 잘 챙기는 편이에요. 그런데 경제가 지금처럼 계속 나빠진다면 학비를 어떻게 감당할지 그게 제일 막막해요”
부모들의 학비 걱정이 앞당겨졌다. 보통 대학입학 원서를 접수하는 11월, 12월에는 성적 걱정이 앞서서 ‘학비’는 뒷전이다. 성적이 불안하다 싶으면 지금이라도 자녀를 학원에 보내 SAT를 한번 더 보게 하고 싶은 것이 이맘때쯤 많은 부모들의 심정이다.
그러다가 내년 4월쯤, 합격·불합격 통지에 한바탕 마음을 졸이다가 드디어 진학할 대학이 결정되고 나면 그때부터 부모들의 마음을 짓누르는 것이 학비 부담이다.
그런데 올해는 원서접수 시즌인 지금부터 부모들이 학비 걱정을 하고 있다. 부동산·주식값 폭락으로 자산이 줄어버린 부자는 부자대로, 매상이 확 줄어 현상유지가 어려운 자영업자는 자영업자대로, 회사에 구조조정설이 나돌아 불안한 월급쟁이는 월급쟁이대로 - 수만 달러에 달하는 대학학비 장만할 생각을 하면 한숨부터 나온다.
자녀를 대학에 보내는 것은 보통 큰 ‘투자’가 아니다. 등록금, 기숙사비, 책값, 용돈 등을 합치면 주립대학의 경우 연간 2만달러, 사립대학은 5만달러 수준이 된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주정부 예산 삭감으로 대학들은 등록금을 야금야금 올리고, 일반가정의 형편은 더 빠듯해졌으니 학부모들로서는 이중의 어려움이다.
아들이 동부의 대학으로 진학하고 싶어 한다는 한 주부도 마음이 복잡하다. 아이가 그토록 원하니 눈 딱 감고 보내주고 싶은 마음 반, 월수입으로 보면 주립대학도 벅차다는 생각이 반이다.
재력이 탄탄한 사립대학에 들어가면 주립대학에서 보다 재정보조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들은 것이 그를 솔깃하게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학비 걱정’은 전국적 현상이다. 학비 때문에 진학할 대학을 바꾸는 학생들이 많아질 조짐이다. 12학년생 2,5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실시한 한 조사에 의하면 지명도가 덜하더라도 학비가 싼 대학을 고려한다는 학생이 거의 60%에 달한다. 아울러 14%는 4년제 대학 대신 2년제 대학으로 진학하기로 결정했고, 16%는 대학 진학을 잠시 보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전국 최대의 학자금 융자기구인 샐리 매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학비는 전체의 33%를 학생이 부담하고, 부모가 48%를 부담하며 나머지는 장학금이나 학비보조금, 친척의 도움으로 채워진다.
가정 형편에 따라 다르겠지만 학생과 부모가 부담하는 액수의 상당 부분은 학자금 융자로 나중에 갚아야 할 빚이 된다. 보통 “대학만 나오면 다 해결되겠지” 하고 막연히 생각하지만 이는 현실을 모르는 말이다. 학자금 융자 빚 수만달러를 걸머지고 허덕이는 젊은이들이 부지기수 이다.
대학은 중요한 ‘투자’이지만 현실에 눈감을 수는 없다. 대학을 선택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 재정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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