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간 경제부의 주요 뉴스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뛰어올랐던 유가와 현물가격, 매일 떨어지는 주택가격과 매매량 감소에 따라 늘어나는 차압매물, 특히 지난 9월 이후부터는 폭락하는 주식시장과 그 여파가 주를 이뤘다. 수치로만 반영되던 미국과 세계 경제의 한기는 주말 저녁이면 차량으로 체증상태를 이루던 LA 한인타운 주요 길목까지 한산해졌다는 말로 바꿔 표현되고 있다.
실제로 경기가 좋지 못하다보니, 경제기사가 부정적인 ‘사실 보도’보다는 ‘한인타운 소비를 진작시킬 수 있는 보도’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말까지 이어진다. 장기간의 경기 활황에 익숙해졌던 미국 내 소비자는 물론 한인들도 지난 1년간 경기하강으로 바뀐 국면에 맞춰 체질을 전환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널뛰는 부동산 가격 덕분에 매매 차익으로 큰 수익을 올렸건, 지속되는 매상 증가로 큰 소득을 축적한 비즈니스 업주건, 더 좋은 대우를 받고 직장을 옮겼던 직장인이었건 간에 이젠 그 ‘달콤함’을 빨리 잊는 것이 좋을 듯하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 당선이란 역사적 이정표를 찍은 대선도 끝났지만, 역대 최고의 폭락을 기록하며, ‘대공황’ 위험까지 언급하게 했던 주식시장은 제자리에 머물고 있고, 각종 경제지표도 여전히 마이너스 영역에서 움직일 줄을 모르고 있다. 전체적인 경기 부진이 예상보다도 오래갈 수 있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한인들이 느끼는 이번 경기하강의 고통은 차압을 당하는 한인들의 예에서 극대화됐다. 이민자에게 아메리칸드림의 상징인 ‘내 집’까지 포기해야 하는 고통은 단순한 매출감소나 소득감소보다는 정신적으로 그 여파가 컸다. 차압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해 온 한인 기독교커뮤니티개발협회(KCCD)에 접수된 사례들의 가장 전형적인 패턴은 스몰비즈니스를 운영하던 한인들이 2004, 2005년 이후 실질소득 검증 없이 융자를 받아 주택을 구입한 후 홈에퀴티 라인 오브 크레딧을 받아 비즈니스에 재투자했다가 급격한 경기 하강에 맞물려 채무 불이행에 빠지게 되는 경우였다.
소득이 줄고, 집까지 뺏기게 된 가족과 개인의 비참함은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겠지만, 모두 다 흥분해 있던 경기 호황기에 냉철한 판단을 내리지 못한 것은 결국 개인의 판단 실수였다.
‘No Risk, No Return’이란 단순한 말이 있듯이 모든 경제활동엔 위험이 따르지만,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보다 냉철한 판단 없이 상승하는 경기 무드에 동승했다는 것이 현재 주택차압 등으로 뼈저린 고통을 겪고 있는 한인들의 죄라면 죄라 하겠다.
현재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성인들은 경제활동기간 최소 3~4회의 경기하강 국면을 맞이하고, 한번 정도는 대공황 같은 경기침체 국면을 맞을 수 있다고 한다. 이번 경기하강의 국면에서 맛본 씁쓸함이 다시 반등할 경기에서 맛볼 달콤함을 더해 주는 약이 됐으면 한다.
배형직
경제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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