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초께로 기억된다. 미국의 시사 주간지 ‘위클리 스탠더드’에 필명이 한국인 이름의 칼럼이 실렸다. 제목은 ‘한국의 국치’(國恥)였다. 하버드대학 한국연구소의 이성윤 교수의 기고로, 2005년 11월17일을 한국의 또 한 차례 국치일로 지적했던 것이다.
그 날부터 꼭 100년 전, 그러니까 1905년 11월17일 당시 대한제국은 을사보호조약을 통해 일본에 외교권을 박탈당했다. 이 을사늑약이 체결된 그 날과 공교롭게도 날짜가 똑같은 100년 후 그 날 한국은 또 한 차례 국가적 치욕의 날을 맞았다는 게 이 교수의 주장이었다.
2005년 11월17일 당시 노무현 정부는 유엔의 대북 인권결의안 표결에서 기권을 했다. 그 기권행위를 을사늑약과 맞먹는 국가적 치욕으로 지적한 것이다.
북한 동포의 참상을 외면한다. 그리고는 김정일 체제에 비위를 맞춘 그 기권행위는 한국 역사에 짙고도 긴 그림자를 드리울 것이라고 이 교수는 일갈하면서 그 날은 또 한 차례 치욕의 날로 오래 기억될 것이라는 주장을 편 것이다.
하여튼 번번이 기권을 했었다. 북한 인권문제만 나오면 꿀 먹은 벙어리였다. 아니, 때로는 어설픈 논리로 북한을 감싸고돌았다.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반기문 외교부장관이 유엔 사무총장으로 선출된 해에는 찬성표를 던졌으니까.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나라가 인권문제를 외면할 수는 없지 않은가 하는 논리에서다.
그리고 그 다음 해에는 또 기권이었다. 이 기권에서 찬성, 다시 찬성에서 기권으로 돌아선 한국 정부의 북한 인권문제 쇼는 사실이지 치욕을 넘어서 국제적 코미디였다.
그 와중에서 죽을 맛이었던 사람들은 한국의 외교관들이었다. 오락가락 하는 본국 정부 훈령에 유엔 본부와 미국 등지에 파견된 외교관들은 얼굴을 제대로 들지 못했던 것이다.
“한국 정부가 북한 인권문제가 상당히 개선된 증거를 입수한 것인가.”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로부터 이런 비꼬는 질문을 듣기 예사였고, 한국 외교관들이 기껏 한다는 대답은 ‘노코멘트’였다. 그러니 좀처럼 얼굴을 들 수 없었던 것이다.
한국 정부가 유엔 대북한 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의 하나로 참여한다고 밝혔다.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을 새삼 실감나게 하는 뉴스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품격이 달라지는 느낌이다.
두 말할 것도 없다. 인권문제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관으로, 인권유린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같은 민족인 북한 주민의 인권문제이니 하는 말이다.
올 유엔 대북 인권결의안은 과거에 없던 조항도 들어 있다. 인권침해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조항이다. 이 조항대로 그 참담한 인권탄압의 주체들이 처벌을 받는 날은 언제나 오게 될까. 그 날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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